20대 초만 해도 나는 소설 만능주의자였다. 아조 그냥 문학 장르 중에서 소설이 최고인 줄만 알아서, 다른 분야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치만 그런 와중에도 정말 열심히 본 장르가 있었는데 바로 수필이었다. 에세이가 아니라 수필. 내가 처음으로[…]
글쓴이: 편집부
이태원에서의 도약 TDoR MARCH –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싶다!” 참여기
지난 11월 17일, 낮 4시 30분경부터 이태원에서 트랜스해방전선 주최로 TDoR MARCH –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싶다!”라는 집회가 열렸다. 11월 20일 TDoR(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TDoR은 1998년 트랜스젠더 혐오범죄로 희생당한[…]
책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식스펜스 하우스』
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좋아할까? 그냥 책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지 다 좋아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책에 집착하는 이들은 아름다운 도서관의 사진을 보며 황홀해한다. 실용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한 책 수납 가구들을[…]
사람들의 두려운 곳을 파고드는 무서운 그림책
노랗게 부라린 눈, 빠알간 입,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귀여운 것 같기도 한 유령이 『안 자는 아이는 누구?(ねないこ だれだ)』(세나 게이코 쓰고 그림) 하고 묻는다. 시계가 뎅뎅 아홉 시를 알리고, “이 시간에도 안 자는 건[…]
『위대한 생존』, 어떤 것이 사라진 후에 남는 것
모든 유기체들의 수명은 한정되어 있다. 그건 당연한 세상의 순리다. 유기체는 한자로 有機體, 즉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갖고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지만 有期體, 즉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개체라는 뜻도 갖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무기체들도 죽음을 맞는다. 절대[…]
꿈으로 하는 작업 모임을 위한 가이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옴니버스 연작 <꿈>(1990)에서 다섯 번째 꿈. 꿈속에서 고흐를 만난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가 평생에 걸쳐 꾼 실재의 꿈들 여덟 편을 선택해 영화한 것이다. 말의 동음이의성으로 일어나는 손쉬운 사례라지만 꿈 작업으로 타인을[…]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곶감 이야기
한국과 일본은 기후가 비슷해서인지 식재료도 비슷하다. 그렇게 비슷한 식재료를 쓰면서도 먹는 방법이나 요리가 다른 점이 재미있다. 그런 가운데 어쩌다 닮은 먹거리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가끔 사무치게 한국이 그리워지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 음식에[…]
이외수에 대한 단상
최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작가 이외수씨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그가 쓴 글 속에 포함된 ‘화냥년’이라는 단어 때문이지요. 이 단어를 두고 혹자들은 ‘환향녀’라는 말을 낮추어 부른 것으로 전쟁포로에 대한 비하이자 여성에 대한 비하라고 합니다. 또 누구는 ‘화낭’이라는[…]
『문맹』, 우리는 언어에 기대서 살아가고 있다
『문맹』, 우리는 언어에 기대서 살아가고 있다 몇몇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나의 직업은 편집자다. 가끔 비슷한 직종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 그 때마다 ‘문과계가 배출할 수 있는 직종 중에서 가장 기술직’이라는 우스갯소리는 꼭 나온다.[…]
전통주와 다양성
현대 한국인들이 쉽게 접하고 마실 수 있는 술은 소주·맥주·막걸리다. 이 세 주종 외에도 여러 술이 있다. 먼저 공산품 청주가 있다. 청주는 한국 사람들이 잘 마시지 않는 주종이지만, 비교적 최근에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등장했다. 다음으로 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