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곶감 이야기

한국과 일본은 기후가 비슷해서인지 식재료도 비슷하다. 그렇게 비슷한 식재료를 쓰면서도 먹는 방법이나 요리가 다른 점이 재미있다. 그런 가운데 어쩌다 닮은 먹거리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가끔 사무치게 한국이 그리워지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 음식에 있기 때문이다. 곶감도 그랬다. 일본에도 곶감이 있다니! 고급스러워 보이는 포장은 낯설었지만 맛은 어릴 적에 먹던 그대로였다. 양국의 공통된 먹거리인 곶감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소개한다.

곶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호랑이와 곶감”을 떠올릴 것이다. 무시무시한 호랑이가 잡으러 온다고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어린이가 곶감 이야기에 눈물을 뚝 그친다는 전래 동화다. 『곶감 줄게, 눈물 뚝!』(글: 김황, 그림: 홍기한, 천개의바람)은 제목을 들으면 바로 그 전래 동화가 떠오른다. 이 책에는 호랑이는 나오지 않지만 귀여운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맛있는 게 있는 곳을 잘 아는 담비가 어딘가로 가는 걸 보고 여러 동물들이 따라나섰다. 그런데 담비는 같이 가는 조건으로 반달곰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 담비가 뭔가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나타나서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단감 나무를 발견한 순간 반달곰이 나타나 모조리 따서 가져가 버렸다. 남은 건 떫은 감뿐. 단감을 놓친 아쉬움에 담비가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떫은 감이라도 따서 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떫은 감을 한입 베어 문 동물들은 역시나 모두 괴로운 모습이다. 이때 나타난 할머니! 떫은 감을 왜 먹냐고 하시면서도 떫은 감을 잔뜩 따신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면 맛있는 걸 먹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떫은 감을 껍질을 벗겨 줄에 엮어 처마에 매달고 “되어라 되어라 달게 되어라~” 노래를 불러주니 달콤하고 쫀득한 곶감이 완성되었다. 곶감을 받아들고 모두 신나서 돌아가는데 반달곰이 울고 있다. 혼자 먹겠다고 욕심부리다가 단감이 모두 썩어버렸기 때문이다. 얄밉던 반달곰이지만 담비는 곶감을 나눠준다. “곶감 줄게, 눈물 뚝!” 이제 반달곰도 혼자 욕심부리지 않고 맛있는 건 나눠 먹겠지?

책을 읽다가 어린 시절에 떫은 감을 베어 물고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대체 사람을 골탕먹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이런 걸 따서 집에 두는 이유가 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고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이 떫은 감이 단감보다 더 단 곶감이나 홍시가 된다고? 그런 의문에 답하는 것처럼 『곶감 줄게, 눈물 뚝!』의 뒷 부분에는 언제 어떻게 곶감을 만드는지, 왜 달콤한지, 하얀 분은 무엇인지가 나와 있다.

일본의 그림책 『干し柿』(글, 사진 니시무라 유타카, 아카네쇼보)는 사진으로 구성된 책이다. 干し柿는 곶감의 일본말로, 직역하면 말린 감이다. 곶감의 재료가 되는 しぶ柿, 즉 떫은 감이 처음 생겨서 자라는 모습부터 곶감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감을 따서 껍질을 깎고 매달아 말리는 과정은 한국이나 일본이 꼭 닮았다. 대량으로 곶감을 만드는 과정, 곶감이 상품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 후 직접 만들어보자는 말과 함께 어린이들이 직접 곶감을 만들어 보는 과정이 나온다. 비가 오면 비를 막아주고, 감끼리 붙지 않도록 위치도 이동해줘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달콤한 곶감을 직접 만들어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곶감을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달고 맛있는 음식이라고 소개하는데 사진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그 말에 수긍하게 된다. 멋진 표현이다.

이웃에서 드문드문 만나는 단감 나무, 사실 겉보기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가끔 감을 따서 주시는 분들 덕분에 단감인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건 도쿄가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따뜻한 지역이기 때문이고 추운 지방이나 높은 산에 있는 감 나무는 떫은 감 나무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단감 나무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이란다. 먹을줄만 알았지 알아볼 생각도 안 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는 그림책들 덕분에 어디가서 알은 체를 한번 해볼 수있겠다.

호랑이가 살았다던 옛날과 비교하면 지금은 맛있는 먹거리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이 책들을 한번 보고 나면 아직 곶감을 한번도 맛보지 않은 어린이들은 무슨 맛일지 궁금해할 것 같다. 그리고 또 궁금해지지 않을까? 떫은 감의 맛.

 

Written by 한일그림책교류회 강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