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두려운 곳을 파고드는 무서운 그림책

 

노랗게 부라린 눈, 빠알간 입,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귀여운 것 같기도 한 유령이 『안 자는 아이는 누구?(ねないこ だれだ)』(세나 게이코 쓰고 그림) 하고 묻는다. 시계가 뎅뎅 아홉 시를 알리고, “이 시간에도 안 자는 건 누구지?”하고 어둠 속의 빛나는 눈이 물어오면 “올빼미와 부엉이, 검은 고양이나 도둑 고양이, 장난꾸러기 쥐, 아니면 도둑?” 하고 대답한다. “아니야 아니야 밤은 유령들의 시간! 밤에도 안 자고 노는 아이는 유령이 되어라!” 그렇게 유령이 된 아이는 유령의 세계로 끌려가고 만다는 이야기. 이 책은 일본에서 1969년에 발행되어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라 현재도 꾸준히 인기가 있는 그림책이다. 대상 연령이 만 1세 이상인 유아 그림책인데 비해 꽤나 충격적인 결말이다.

 

이렇게 생활습관을 가르치기 위해 두려움을 이용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인 것 같다. 현대 그림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19세기 독일의 그림책 『더벅머리 페터Der Struwwel Peter』는 정신과 의사인 하인리히 호프만이 자신의 아이에게 선물하기 위해 지은 책으로 말썽꾸러기들이 받는 잔혹한 벌이 담겨 있다. 어른 없이 혼자서 성냥에 불을 붙였다가 온 몸이 타버려 재가 된 아이의 이야기나 손가락을 빠는 습관을 못 버리자 재단사에게 손가락이 잘려 버리는 이야기 등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 책은 교육에 효과가 있다며 오랫동안 사랑받았지만 교육에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 정말 좋은 효과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쉬운 방법이긴 한 것 같지만.

 

앞의 책들과는 반대로 겁주기 전략을 쓰는 어른들을 뜨끔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말 안 듣는 아이는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라는 말을 어린 시절에 들어봤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망태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 지금은 귀신, 경찰 등이 그 주어를 대신하기도 한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박연철 쓰고 그림, 시공주니어)는 망태 할아버지는 이 세상 모든 나쁜 아이들을 잡아다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한다. 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의 등에 망태 할아버지가 쾅쾅 도장을 찍으면 모두 동일해지는 그림은 과연 착한 아이가 되는 게 좋은 일인 걸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대상이 무서운 대상에게 나를 넘겨버릴 거라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무섭다. 정작 본인은 거짓말도 많이 하고 밥도 잘 안 먹고 늦게까지 안 자면서 아이한테는 그러지 말라고 한다. 반항하는 아이에게 “얘가 어디서 말대꾸야. 엄마는 어른이잖아!”라고 소리치는 모습은 정말 부끄럽기까지 하다. “엄마 미워!”라고 소리 친 그날 밤, 문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너 잡으러 왔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서워서 우는 나에게 달려온 엄마와 화해를 하는데 엄마의 등에 쾅 찍힌 도장이 보인다.

 

익숙한 장소나 물건이 무섭다면 어떨까. 한때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주온>이라는 영화가 있다. 샤워를 할 때 머리를 슬며시 만진다거나 가장 편안한 장소인 이불 속에서 나타나는 귀신은 영화를 보는 순간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계속 쫓아다니며 공포를 준다. 그런 점에서 거울은 자주 무서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거울 속(かがみの なか)』(온다 리쿠 글, 히구치 가에 그림)은 ‘거울에 비친 내가 정말 내가 아니라면’ 이라는 생각에서 탄생했다. 내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오싹해지긴 한다. 이미 거울을 소재로 한 공포물이 많기도 하고 이 그림책에서는 거울 속 세상이 독립적으로 돌아간다는 것 외에 공포를 느낄 요소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역시 익숙한 물건이 주는 공포는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크게 느껴진다.

 

학교 괴담 역시 그렇다. 집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학교라는 장소는 익숙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 나가고 난 후의 고요함은 무섭게 다가온다. 학교 시스템이 일본에서 넘어 오면서 함께 구전이 된 것인지 『학교의 7대 불가사의(学校の ななふしぎ)』(사이토 히로시 글, 야마모토 다카시 그림)는 학생 때 들었던 이야기와 많이 비슷하다. 몇 층 화장실 몇 번째 칸에는 귀신이 있다거나 과학실 신체 모형이 움직인다거나 아무도 없는 음악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 등, 학교에 따라 지역에 따라도 조금씩 다르니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 죽음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저승사자(しにがみさん)』(노무라 다카아키 쓰고 그림)는 라쿠고로 유명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일이 없어 쫄쫄 굶는 사람 앞에 저승사자가 나타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저승사자가 붙어 있는 중병의 환자에게서 저승사자를 쫓는 방법을 알려주며 의사라고 하고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 단, 발 근처에 붙어 있는 저승사자만 쫓고 머리맡에 있는 저승사자는 쫓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소문이 나서 큰돈을 벌게 된 주인공, 여기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흥청망청 돈을 쓰다 보니 거덜이 났다. 그런데 다음부터 들어온 환자들은 저승사자가 모두 머리맡에 앉아 있는 거였다. 큰돈을 준다는 말에 혹해 환자를 반대로 눕히는 편법으로 저승사자를 쫓아낸 주인공은 저승사자에게 불려 간다. 초가 잔뜩 있는 방에 곧 꺼질 듯한 초를 가리키며 저 초가 남은 수명이며 꺼지면 죽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편법으로 살린 중병 환자에게 자신의 수명을 내주게 된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어렵게 부탁해 새 초를 받는다. 그 후의 결말은 책에 따라, 이야기를 전하는 라쿠고가에 따라 조금 다르다. 덜덜 떨면서 불을 붙이다가 불을 옮겨 붙이지 못하고 꺼뜨려 버렸다는 결말, 겨우 겨우 옮겨 붙였다가 재채기로 꺼뜨리는 결말, 저승사자가 꺼버린다는 결말, 저승사자를 믿지 못하고 집에 가져 왔다가 초가 아깝다고 가족이 꺼버린다는 결말 등 다양하지만 어쨌거나 허무하게 삶이 끝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무섭긴 해도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지만 에드워드 고리의 『펑 하고 산산조각 난 꼬마들(The Gashlycrumb Tinies, or after the outing )』은 그러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A로 시작하는 이름의 에이미라는 아이부터 Z로 시작하는 이름의 질라라는 아이까지 어떻게 죽었는지가 나열된 책이다. 계단에서 떨어져 죽고, 곰에 맞아 죽고, 타 죽고, 깔려 죽는 등 죽은 이유도 가지가지다. 물론 현실 역시 죽음이 아이라고 비켜가지는 않지만 전후 사정도 없이 죽어 가는 모습만 담겨 있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권하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팀 버튼의 작품을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에드워드 고리의 작품을 여럿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 외의 추천하는 무서운 그림책

 

『무섭고 징그럽고 끔찍한 동물들』 (로알드 달 글, 퀸틴 블레이크 그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신나게 본 분께 추천. 정말 무섭고 징그럽고 끔찍한 동물들이 9마리나 나오지만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끔찍하게 느껴질 내용이다.

 

『나쁜 책(悪い本)』 (미야베 미유키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지금 당신은 나쁜 책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내가 필요할 때가 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무언가가 싫어집니다.” 이렇게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하다니 부정하다가도 슬금 그럼 어떻게 되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세상에서 가장 나쁜 걸 가르쳐 준다니, 그리고 이미 읽은 이상 당신은 나를 잊어도 나는 당신을 잊지 않는다고 못을 박는다. 행운의 편지를 받은 것 같은 찝찝함이 남는 책이다.

 

『열지 마시오(あけるな)』 (다니카와 슌타로 글, 안노 미츠마사 그림)

문에 “열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고 못까지 땅땅 박혀 있다면? 나는 절대로 절대로 열지 않을 것 같다. 열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고. 하지만 책인데 안 열 수는 없지. 하지만 기분이 괜히 꺼림칙하다. 큰맘을 먹고 조심조심 열었는데 그곳에 “열지 말라고 했지”라고 적혀 있다면?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릴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이니까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책장을 한 장 더 넘긴다. “열면 큰일남” “열면 안 됨” “열지 말라고 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들어와서는 안 될 곳에 들어온 기분이다.

 

『있어? 없어?((いるのいないの)』 (교고쿠 나츠히코 글, 마치다 나오코 그림)

오래된 집이 주는 어둡고 으스스한 느낌이 그림으로 잘 전해진다. 높고 높은 천장, 어두운 저 끝에 뭐가 있을까? 사람 얼굴이 보인 것도 같은데 할머니는 내 말을 너무 건성으로 듣는다. 안 보면 없는 거랑 같은데 자꾸 신경 쓰게 된다. 하지만 자꾸 보면 무섭지. “있으니까.” -마지막 페이지는 “바로 너!”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할 것.

 

『달걀귀신(のっぺらぼう)』 (스기야마 아키라 글, 가루베 다케히로 그림)

산에 나무하러 가는 아이에게 밤이 되면 산에서는 무서운 귀신이 나타난다는 주의를 단단히 주지만 토끼를 쫓던 아이는 정신이 팔려 그 말을 잊는다. 어두워진 산에서 만난 달걀귀신을 피해 도망을 가다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도 역시 달걀귀신이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과 상대가 달걀귀신인 걸 깨닫는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무서움을 즐길 수 있다.

 

『공기 인간(くうき にんげん)』 (아야쓰지 유키토 글, 마키노 치호 그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공기 인간. 공기 인간이 되면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뭘 해도 아무도 봐주지도 알아주지도 않고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공기 인간이 나를 만지면 나도 공기 인간이 된다. 느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존재가 나를 노린다. 점점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하고 공포감에 휩싸였을 때의 반전! 그나저나 공기 인간이라는 게 사회에서 인간을 존중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 아닌가 하고…….

 

Written by 강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