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동네 공원에서 이 책, 『씨앗의 승리』를 읽고 있다. 도서관 근처의 야트막한 산에 조성된 공원으로 근린공원이라 불리는 듯하다. 아래에는 차들이 지나다니지만 여기엔 참새의 놀이터가 있고 청설모가 사람을 개의치 않아 하며 잣을 까먹는다. 운이 좋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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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그 반려동물에게, 『어느 개의 죽음』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모 저자의 글쓰기 강연이 있었다. 최근 잘 안 써지는 글에 대한 영감도 받고 갖고 있는 책에 사인도 받을 겸 갔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이야기를 듣고 왔다.[…]
『슬픈 인간』, 에세이스트보다 수필가가 될 수 있을까
20대 초만 해도 나는 소설 만능주의자였다. 아조 그냥 문학 장르 중에서 소설이 최고인 줄만 알아서, 다른 분야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치만 그런 와중에도 정말 열심히 본 장르가 있었는데 바로 수필이었다. 에세이가 아니라 수필. 내가 처음으로[…]
책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식스펜스 하우스』
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좋아할까? 그냥 책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지 다 좋아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책에 집착하는 이들은 아름다운 도서관의 사진을 보며 황홀해한다. 실용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한 책 수납 가구들을[…]
『위대한 생존』, 어떤 것이 사라진 후에 남는 것
모든 유기체들의 수명은 한정되어 있다. 그건 당연한 세상의 순리다. 유기체는 한자로 有機體, 즉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갖고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지만 有期體, 즉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개체라는 뜻도 갖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무기체들도 죽음을 맞는다. 절대[…]
『문맹』, 우리는 언어에 기대서 살아가고 있다
『문맹』, 우리는 언어에 기대서 살아가고 있다 몇몇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나의 직업은 편집자다. 가끔 비슷한 직종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 그 때마다 ‘문과계가 배출할 수 있는 직종 중에서 가장 기술직’이라는 우스갯소리는 꼭 나온다.[…]
『시대와 예술의 경계인 정현웅』, 시대라는 괴물은 너무도 쉽게 한 인간을 삼켜버린다
처음 백석의 시를 읽었던 건 중학생 때였을까. 교과서에 실려 있던 건 『여승』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었지만 문제집에는 『국수』와 『흰 바람벽이 있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 있었다. 그중에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가장 좋아했다. 언젠가 내 등에 ‘그[…]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말을 걸어 본다, 『미오, 나의 미오』
*이 글에는 『미오, 나의 미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년 전 『미오, 나의 미오』를 교하 어린이도서관에서 처음 읽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때까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초면은 아니었다. 어릴 때 린드그렌의 대표작 『내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