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 일본 사회복지 현장을 보다 상담지원사업(장애인 복지파트)에 대하여

안녕하세요.「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전국사회복지협의회 연수생 박원진입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이 자기소개를 올해만 족히 300번 이상은 외친 것 같습니다. 저기「한국에서 왔습니다.」부분을 보시면 좀 이상하시죠? 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일본에 있습니다. 2015년 3월 말부터 2016년 2월 말까지 전일본사회복지협의회에서 1년간 연수생의 신분으로 일본의 여러 사회복지 기관에서 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러 시설들을 연수하며 다양한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중 하나인 상담지원사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먼저 사회복지 문제를 풀어봅시다.

 

사회복지 서비스가 세분화되고 복잡한 일본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사회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고 받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썩 다르지 않은 상황인데요, 아래의 예시를 보며 여러분이 아시고 계시는 사회복지 서비스와 상식을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자, 당신이 큰 교통사고를 당해 ①장애인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시죠. 설정하는 김에 중증장애인이라고 하죠. ②수술 및 오랜 병원 생활로 벌어놓은 돈은 병원비로 다 들어가고, ③그나마 전세로 있던 집도 병원비로 다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재활치료를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④혼자 화장실 이용하는 것도 힘들고, 요리와 청소는 꿈도 못 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가족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병원생활이 너무 지겹지만, ⑤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며 나가달라고 합니다. 오래 살아온 동네에서 다시 살고 싶지만, 제가 이렇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이 싫습니다. ⑥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섭습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사회복지사로써 생각해본다면 ①의 경우에는 장애등급을 받아야겠지요. 우리나의 경우는 장애를 6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와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장애단체에서는 소고기 등급처럼 사람을 등급으로 나눈다고 말들이 많지요. 뭐, 노인 1등급, 2등급은 없으니까요.(노인비하 아닙니다. 예시입니다.) 등급을 없앤다고 하는데 언제 실시될지는 모르겠습니다. ②의 경우에는 기초생활수급과 장애연금을 받아야겠지요. ③의 경우는 주거급여도 신청하고,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공공임대주택도 신청하구요.(평균 2~3년입니다.) ④의 경우에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해야합니다. 연금공단에서 서비스이용 등급도 받아야하고, 서비스 받을 기관과 계약도 맺어야하고, 활동보조인과도 계약을 맺어야겠죠. 받을 수 있다면 적게는 월 60시간에서 많게는 360시간까지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⑤의 경우는 지역주민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겠죠. 보통은 지역 통장님들이 지역 복지위원으로 위촉되어 있음으로 이를 활용하거나, 지역 복지관의 사례관리팀이나 지역사회복지팀을 연계하여 지역주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거나, 지역 IL센터의 장애인자조모임에 나가는 것도 좋겠지요. ⑥의 경우에는 자존감 하락 및 정신적으로 불안한 측면도 있음으로 지역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하여 정신적 안정을 찾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이외로 보장구(휠체어) 지원 및 구매, 금전적 지원을 위한 민간재단기금 신청, 방문의료서비스 신청, 지역주간보호센터 신청, 자원봉사자 연결, 케이스가 좀 더 복잡하다면 구청 사례관리팀을 연계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법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용자의 욕구와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지역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조금씩 다릅니다.

생각보다 복잡하시죠? 신청방법도 제 각각이며, 다양한 서비스, 다양한 서비스기관 등 이것을 다 어디에 물어봐야 할까요?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입니다.

 

3. 사회복지공무원의 자살을 부르는 구조

 

사회복지공무원이 자살했다는 기사가 가끔씩 나오는데요, 같은 사회복지사로써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주민센터 별 평균 사회복지공무원이 1명 배치되는데, 혼자서 3, 4천명을 도맡아 관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 ․ 노인 ․ 아동 등 분야를 망라하고, 상담 ․ 서비스신청 ․ 관리, 자원배분(현물, 현금)까지 혼자서 다 도맡아 합니다. 집으로 방문도 해야 합니다.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를 많이 듣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얼마 전에 본“썰전”에서“사회복지공무원이 일 시작하자마자 욕하는 전화부터 받고 시작한다”고 나오던데 사실입니다. 저도 저희 기관 이용자들이 신청한 서비스 결정이 언제 나는지 재촉하는 전화를 자주 하거든요.

그리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상담만 하더라도, 이용자 1명을 상담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먼저 이용자 본인과 신뢰관계를 쌓아야하고, 이용자의 가족, 직장, 이용시설(병원, 학교, 복지시설 등)의 상담도 필요하며, 더 나아가서는 각 시설들 간의 연계 회의도 필요합니다. 적게는 2시간씩 6회에서, 많게는 몇 달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혼자서 가능할 리가 없지요. 그리고 이용자와 신뢰를 쌓고 다양한 정보들 속에서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은 전문적 기술이 필요합니다. 매년 변경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숙지하고, 지역 사회복지시설 및 서비스 파악도 필수입니다.

그러면 사회복지 공무원을 무엇을 할까요? 자원배분(현물·현금)이 주를 이룹니다. 상담 ․ 서비스신청 ․ 관리는 비하해서 죄송하지만 도장찍어주는 사람이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지역공무원을 뭘 했느냐 질책할 때 자살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지요.

 

4. 죽어나가는 것은 약자

 

사회복지 공무원만 억울한 것은 아닙니다. 더 억울한 것은 이용자지요. 지역공무원이 바빠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지역․ 보직이 변경되어 모를 수도 있기에, 이용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근거(법)도 있고 자격도 되지만 못 받기도 합니다.

물론 법에서 보장해 주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회복지 법은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법이 좋으면 뭘 하겠습니까? 사람과 돈이 부족한 것이 문제인데요. 법대로만 하면 복지국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하여 바쁜 공무원을 위하여 이용자들은 10여분의 시간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부풀려서 하게 됩니다. 공무원이 바쁘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람, 더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서비스가 주어지기 때문이죠. 이용자에게는 자존감 하락의 부작용이, 공무원에게는 무엇이 사실인지 모르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겠죠. 이것이 계속되면 필요한 사람은 서비스를 못 받는, 덜 필요한 사람에게 이중으로 서비스가 주어지는 기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되지요.

 

서비스 신청에 필요한 신청서류를 준비하는 것도 이용자의 몫입니다. 혼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양한 기관에서 다양한 서류를 준비하는 일은 힘든 일일 것입니다. 서류를 준비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고 해도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찾아서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무섭지 않을까요? 내 몸을 맡겨야 하는 건데, 전혀 연고 없는 시설을 이용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일 것 같습니다. 이것이 싫어서 이용자격이 됨에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뻔하죠. 힘들겠죠. 힘들다가 죽어나가는 거죠. 결국 이 모순에서 죽어나가는 것은 약자인 이용자들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시나요?

 

5. 상담지원사업에 대하여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일본은 사회복지 서비스가 더욱 세분화되어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이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회복지 시설이 있습니다. 상담지원센터(相談支援センター)라고 합니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 중 상담 ․ 서비스신청 ․ 관리만 똑 떼어서 집중적으로 업무를 합니다. 위에서 말한 적게는 2시간씩 6회에서, 많게는 몇 달의 상담이 가능합니다. 서비스 신청 및 서류준비도 함께 도와주며, 이용 시설에 대한 소개는 물론 이용할 시설 견학을 함께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애 ․ 노인 ․ 아동 등 분야별로 상담센터가 나누어져 있고, 분야별 5년 이상 사회복지 종사자만이 상담사의 자격이 되기 때문에 전문성도 보장합니다. 그리고 그 지역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한 경력이 충분한 사람이기에, 지역의 서비스 연계가 손쉽게 이어지고 연계된 후의 모니터링도 쉽습니다. 모니터링을 통해 이용 시설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다른 시설을 연계해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몇 년에 한번 씩 보직이동이 일어나는 공무원과는 다르게 서비스에 대한 지속성과 상담사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질 수 있지요.

그리고 각 상담지원센터를 지원하는 기관상담지원센터도 각 시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담사에 대한 신규교육(5일․시험) 및 보수교육(월 1회), 케이스회의(월 1회), 상담지원, 학대관련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견학했던 『가고시마시장애인기관상담지원센터(鹿児島市期間相談支援センター)』는 68개 상담지원센터의 협의체로 정신·여성·장애·아동 등 전문분야가 다른 사회복지사가 시설장을 포함하여 5명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각자 회원센터의 직원으로 파견형태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의 장점은 전문성은 물론이고, 이용자가 장애인이면서 아동이라든지, 여성이면서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등 이용자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경우 타 전문분야에 대한 상담지원의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시설에서 일하다 파견되었기 때문에 시설별 연계가 손쉽습니다.

그리고 최대 장점은 정부입장에서 서비스 이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입장에서 서비스 이용여부 및 이용량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넌 무슨 서비스를 얼마만큼 서비스 이용할 수 있어”가 아니라,“난 무슨 서비스를 얼마만큼 이용하고 싶어”가 되는 거죠. 서비스 결정의 주체가 이용자에게 주어지는 것에 제일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6.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일본의 사회복지가 다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일본의 상담지원센터는 한명의 직원이 평균 200명~300명 정도를 관리합니다. 그렇다면 초기상담을 제외하고 1년에 2, 3번 만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제도적으로 1년에 최소 2번은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천명에 1명인데 저 정도면 배부른 소리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1명당 50명~80명이 적당하다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그리고 상담하는 인원별로 상담사의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용자가 충분히 있는 큰 사회복지 시설이 아니고서야 이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설을 만드는 진입장벽이 높지요.(우리나라는 더 어렵지만, 기회가 된다면 따로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상담사의 슈퍼비젼 및 모니터링의 문제도 빼 놓을 수는 없지요. 상담사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좌우되는데, 상담사가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를 지지해주는 것이 기관 상담센터이지만 같은 시설 안에 있는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상담사의 모니터링은 이용자만이 가능한데, 상담사에 비해 약자인 이용자가 아닌 제 3자의 모니터링에 대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 한계 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제일 큰 것은 서비스 이용결정 주체의 문제인데, 이용자가 100%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상담지원센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자신의 서비스를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저런 한계점을 주절주절 해보았지만, 부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은 정말 고용을 많이 합니다. 같은 이용자를 케어하는데, 우리나라의 2배, 3배를 고용합니다. 사회복지 확대를 이야기 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회복지사 확대를 이야기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핵심은 서비스를 사람이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예산이 줄어들면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이 있으니 서비스를 줄이지는 못하고, 사회복지사의 급여 인하나 인원감축으로 이어집니다.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하게 되면 야근, 특근으로 이어지며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겠지요. 세탁기를 만들면 불량 세탁기가 늘어나고, 글을 쓰는 사람이면 엉망인 글이 늘어나겠죠. 사회복지라면 사람이 상하게 됩니다. 이용자 학대로 이어질 수 있지요. 때리고 욕하는 것만이 학대가 아닙니다. 문제인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바쁘니까 그 상태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학대입니다. 그리고 결국 다치는 것은 이용자가 될 것입니다.

서비스의 양적확대도 중요하지만 질적 향상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회복지 확대의 의미에 사회복지 종사자의 이야기도 이용자의 목소리도 좀 들어갔으면 합니다.

그럼, 저도 일본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겠습니다.

 

 

Written by 박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