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과 달님

 

‘여자의 마음은 갈대’ 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여자의 마음은 항상 변하는 것이다 라는 의미인데요. 하이마트의 광고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하는 광고 속 음악,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 이라는 노래의 첫 가사가 바로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이리저리 흔들린다오.’ 라고 합니다.

 

여자는 감정적이다. 여자는 이리저리 잘 휩쓸린다. 여자는 멘탈이 약하다.

등등. 인간 사회에서 통용되는 ‘여성적이다’ 라는 단어에는 이렇게 불안정하다, 감정적이다 라는 키워드도 내포 돼있는 듯합니다.

 

이번 달 글을 어떤 카드로 써야 할까 고민을 하며 카드를 한 장 뽑았을 때 메이저카드 중 18번에 배정돼있는 달 카드가 나왔습니다.

타로 리더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카드를 한 장 뽑는다면 그 카드는 분명 나와 연결되는 것,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8번 달 카드에서 언급되는 키워드는 대체로 양면성, 불안정 등이 있습니다.

카드를 뽑고 거의 보름동안 (마침 초승달이 보름달이 되는 기간도 보름이네요) 달 카드가 왜 나왔을까 고민을 하면서 요즘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봤습니다. 그러던 중 제 마음에 걸린 것이 바로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이었습니다.

 

‘이대남’이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호명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장년층에게 억압을 많이 받았다며 ‘이대남’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 올해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은 언론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원인이 20대 남성에게서 몰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도 얘기했고 그렇게 ‘이대남’의 힘은 더욱 공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결국 이준석이 엄청난 경력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국회의원에 한번도 당선되지 않고도 국민의 힘 당대표 자리에 오르는 동력을 주기도 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얘기하는 ‘기득권’과는 또다른 힘이 ‘이대남’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인터넷 커뮤니티의 우스개소리로 치부됐던 GS25 포스터 사태는 결국 GS25가 포스터를 수정하게 되면서 ‘이대남’에게 힘을 실어준 꼴이 됐습니다. 신이 난 ‘이대남’들은 온갖 제작물에서 암호를 찾듯 (메갈리아의 손 모양이라고 주장하는) 특유의 손 모양을 찾고 어떤 키워드를 조합하면 ‘남혐’을 뜻하는 단어가 되는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GS25가 항복선언을 한 것을 본 기업과 조직들이 줄지어 항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재단이 ‘페미재단’이 아니라는 해명을 재단 공식홈페이지가 아닌 디씨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와 에펨코리아라는 남성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이트에 먼저 올려서 파문이 일기도 했습니다.

 

달 카드 속의 늑대가 달을 향해 으르렁거리듯 ‘이대남’이 세상을 향해 소리칩니다. 우리는 장년층에 비해, 여성에 비해 차별 받고 있다. 우리에게 공정을 달라! 하지만 이들이 진정한 약자일까요? 그동안 여성의 이미지가 왜곡되고 여성이 대상화되었던 수많은 광고에 대해 지적했을 때 결과물이 수정되고 해당 회사나 조직이 사과했던 경우를 저는 적어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대남’에게는 이렇게 일견 억지주장이라 할 수 있는 것들까지 ‘팩트’로 만들어서 기업을 무릎 꿇릴 힘이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원하는 자리에 앉힐 수 있는 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본인들을 계속 약자라고 주장해서 그런 인식이 실제로 생기기 시작한다면, 누군가가 ‘이대남의 억울한 목소리를 들어주겠다’며 ‘이대남’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다면 이제 ‘이대남’에게는 본인이 원할 때 언제든 본인의 위치를 새로 정할 수 있는 권력도 얻게 될 것 같네요.

 

진짜 감정적인 사람은 누구일까요? 잘 휩쓸리고 멘탈이 약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저는 감정적이다 라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도 감정적인 면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자 타로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종종 분위기에 잘 휩쓸리기도 하고 멘탈도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진짜 멘탈이 약한 사람은 본인의 힘과 강점보다는 약점과 가지지 못한 것에 천착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이대로 가다가는 ‘남성성’이라는 단어의 뜻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단단한’ 등의 키워드는 빠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맹렬하게 짖는 늑대를 바라보는 카드 속 달은 혼란스럽습니다. 어쩌면 여기저기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힘을 과시하는, 그러면서도 본인들을 약자라고 주장하는 ‘이대남’들을 바라보는 우리도 저 달처럼 혼란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글을 계속 연재하면서 다음 번에 달 카드를 뽑을 때쯤에는 이런 불안정하고 이중적인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Written by 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