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 유니버셜웨이트 마이너카드 완즈 4번, 컵 3번, 컵 10번을 통하여

 

요새 한 연예인의 육아프로그램 참여가 논란이라고 한다. 논란의 대상은 사유리씨로, 아들 젠과 육아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참여한다고 한다. 아이가 있는 사람이 육아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무엇이 대단한가 하니, 그녀가 비혼모이기 때문이다. 여성 혼자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결합”없이, 정자 기증을 통해 임신한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방송에 내보이는 것이 “비혼모를 확산”시킬 수 있기에 반대운동이 참 거세다고 한다. 참 할 일없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마침 5월은 가정의 달이기 때문에 ‘가정’과 관련한 주제로 칼럼을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사유리씨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참여가 논란이 되는 이 시국에 가정의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하는 칼럼이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카드가 떠올라버렸다.

위 카드는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카드의 마이너 아르카나(유니버셜 타로는 12개의 메이져 카드와 56장의 마이너 카드로 이루어져 있다)중 하나인 컵 3번이다. 세 여인이 함께 축배를 들며 파티를 하는 카드로, 정통적 의미로 해석한다면 신나는 일이 생기거나 친한 친구들과 모임을 가는 등 흥겨운 일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카드를 세 여인의 결합이라는 의미에서 세 여인이 함께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습으로 읽힌다. 주변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와 과실을 보라. 얼마나 풍요롭고 생명력이 넘치는가? 마음 맞는 세 레즈비언이 함께 축배를 드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이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여인들의 흰옷, 노란 옷, 붉은 옷은 각각 순수함, 풍요로움, 지성을 나타내는데 각각의 개성을 가진 셋의 앞날이 어떨지 너무 기대되는 카드다. 여인 셋이 맛있는 음식을 두고 좋은 술을 나누는 것은 굳이 파티 자리가 아니라 가정에서도 가능하니까. 이 셋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여있는지 아닌지는 그림을 감상하는 그대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아무튼, 나에게 ‘결혼’이라는 단어는 이 그림과 같은 이미지다. 결혼은 그러니까, 여자끼리 하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가정은 여자끼리 꾸리는 가정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듯하다.

그다음으로 떠오른 카드는 바로 누가 봐도 ‘결혼’이라는 의미를 지닌 카드.

이 카드는 마찬가지로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카드의 마이너 아르카나 완즈 4번 카드다. 4라는 숫자의 안정감과 결합이라는 요소를 살리는 결혼식 그림이다. 단단한 기둥이 결혼식을 환영하는 과일 장식을 받치고 있고, 두 사람이 꽃을 들고 춤을 추며 결합을 즐기고 있다. 뒤로 조그맣게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고 있다. 잘 안 보이겠지만 식을 올리는 두 사람의 머리엔 월계관을 쓰고 있고, 이는 ‘성공’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축복받는 결혼, 성스러운 결혼이다. 그런데 이 카드 속 사람들의 성별이 어떨까?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그들이 누구든 둘이서 행복하게 잘 산다는데 굳이 가서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심보가 못되었다고밖에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 아니라 그냥 ‘두 사람’의 결합이다. 때문에 일부러 모호하게 성별이 잘 보이지 않도록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타로카드 중에 성별표현이 분명한 카드는 메이져에서 4장, 마이너에서 8장에 불과하다. 즉, 그 이외의 카드 속 인물들에게는 성별이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한 번 더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마지막 카드는 ‘완전한 행복’을 상징하는 카드다.

이 카드 역시 마이너 아르카나로, 컵 10번 카드다. 10은 숫자의 끝, 완성이다. 무지개 바탕을 배경으로 10개의 아치형 모양으로 펼쳐진 컵은 그림 속 주인공들이 그만큼 감정이 풍부하게 넘쳐흐르고, 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무지개 아래로 치마를 입은 사람과 바지를 입은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는 ‘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모습’이라고 본다. 아마도 무의식중에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두 아이로 이루어진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아이는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일 것이라고.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가정은 아무리 봐도 부치와 펨으로 이루어진 레즈비언 가정이고, 두 아이는 입양한 아이일 것 같다. 이 카드에서 이야기하는 ‘완전한 행복’이란, 멀리 있는 행복이 아닌 가까이 있는 행복을 말한다. ‘가까운 가족끼리 있으면 기분이 좋지’라는 의미로 만든 카드인 것 같은데, 사실 가족끼리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흔히 말하는 ‘온전한 구성’이라 불리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이루어진 가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의 척도가 될까?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행복은 바로 우리 곁에, 늘 가까이 있다고 알려주는 이 카드는 성별이 분명치 않은 사람들의 가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화려하고 거대한 성에서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 역시 어디 별난 이야깃거리, 화젯거리가 아니다. 당장 지방으로만 내려가도 (한숨 나오는)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조금만 찾아보면 한부모 가정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속에는 수는 적더라도 다양한 가정들이 존재해왔다. 인류가 사회를 이루기 시작하고, 전쟁이 생겨나면서부터 이는 더욱더 흔한 일이었다. ‘온전한’가정이란 위에 보인 타로 카드 속 인물들처럼 함께 하면 행복하고,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가정이다. 구성원들의 성별과 인원수, 가족이 된 계기 등은 더 이상 ‘온전한 가족’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Written by 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