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세상 만들기

얼마 전 원고를 하나 부탁받았다. 일본에서 어린이・청소년 자살자 수가 갑자기 늘었다는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그 요청을 받고 자료 조사를 하기 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어린 나이에 자살하는 이유는 뭘까? 어린이로 지낸 시간과 너무 멀어져 버린 탓인지 쉽게 뭔가가 떠오르지 않았다. 막연한 이미지는 따돌림, 학교 폭력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문제도 아닌 데다 코로나 상황이라면 왠지 관련성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가정 문제일 수도 있겠거니 하면서 자료 조사를 시작했는데, 알아보면 볼수록 문제는 ‘최근’에 갑자기 늘어난 자살자 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제연합아동기금(유니세프)은 2020년 9월, 총 38개국에 살고 있는 만 5~19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조사에서 일본은 사망률이나 어린이 비만 비율을 비교하는 신체적 건강에서는 1위를 차지했으나 생활 만족도나 자살률 수치를 비교하는 정신적 행복도에서는 37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한국은 신체적 건강이 13위, 정신적 행복도는 34위로 일본과 나란히 종합 20, 21위를 차지했다.

무엇이 어린이들을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궁금했다.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가 자살한다고 하면 그 원인을 따돌림, 학교 폭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초등학생 자살 원인 1위는 ‘가족의 훈육, 질책’, 중학생은 ‘학업부진’, 고등학생은 ‘진로문제’로 모두 어른과 관련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일본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문화권인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어린이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은 어른은 많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너를 위해서,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말들이 어린이들의 현재를 불행하게 만들고 죽음에 이를 정도로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른이 된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가. 행복했다면 어떤 게 행복했고 불행했다면 어떤 게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는가. 그것을 떠올리면 어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답이 나올 것이다. 어른들은 정답이 없어서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왜 어린이들 앞에서는 세상의 정답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구는지 알 수 없다.

오월의 어린이날을 맞아 나는 잠시 내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특별한 날에 받는 선물이나 이벤트보다 나의 노력에 대한 인정과 자유가 간절했다. 아마 나처럼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많지 않을까?

어른의 불안으로 어린이의 현재가 희생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 행복한 어린이가 미래에도 행복할테니까. 그래서 스스로 죽음에 다가가는 어린이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세상, 그런 세상이라면 아마 우리 어른들도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Written by 강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