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링

4월부터 이오와 흥싀가 타로카드와 관련된 글을 연재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저희가 취업한 회사가 암호화폐를 다루는 업체입니다. 암호화폐를 통해 회사를 엑셀레이팅하고 그 투자금을 암호화폐로 받고 투자자에게도 투자에 대한 수당을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곳인데요. 이런 회사에 들어와 암호화폐와 관련된 정보를 늘 접하다 보니 저도 이번에 가욋돈 10여만원을 들고 ‘코인판에 뛰어들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5%의 수익률을 올리고 저는 현재 코인판에서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는 진짜진짜진짜 운이 좋은 편이죠. 암호화폐 열풍이 거세지던 중 4월 23일, 트위터에서 미 재무부가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수 코인들의 가격이 ‘떡락’ 하면서 이대로 암호화폐 열풍이 가라앉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코인시장은 며칠만에 다시 회복되었고,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유명한 코인의 시세는 4/23일 이전의 시세를 회복했거나 더 올랐습니다. 비트코인 규제 예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형국입니다.

지금 보고 계신 카드는 타로카드 중 마이너 카드에서 다루는 4요소, 지팡이, 펜타클, 칼, 컵 중 펜타클 2번 카드입니다. 두 개의 펜타클을 들고 열심히 저글링을 하는 모습인데요.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어떠신가요?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위태로워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배웠던 이 카드의 해석은 투잡 할 때 이 카드가 뽑힐 수 있으나 생산적인 투잡이 아닌 두 개의 일을 굴려서 겨우 다른 사람이 하나의 일을 하는 정도의 퍼포먼스를 낸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카드를 뽑은 분이 뭔가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다면 실속이 없기 때문에 한쪽을 정리하기를 권해드리곤 하는데요. 요즘 코인판에 뛰어든 사람들을 보며 저는 이 펜타클 2번 카드가 떠올랐습니다.

 

코인 혹은 주식을 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본업을 아예 ‘투자자’로 바꿔서 코인과 주식에만 올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는 단타(빠른 시간에 사고팔고를 반복하여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방식) 로 매매를 하며 본업과 투자를 병행하지요. 이런 경우 종일 코인 혹은 주식의 시세를 살피느라 본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보는 웹툰, 후덜덜덜 남극전자의 도무간 대리도 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그 돈을 주식과 코인에 모두 썼다가 전액 탕진, 이후 사채까지 써서 큰 곤란을 겪고 회사에 출근해서도 그래프만 쳐다봐서 동료들에게 미움을 사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굳이 이 웹툰이 아니라 다양한 창작물에서 이런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은 최근 이런 류의 집단이 늘어난다는 반증이겠죠.

 

물론 코인판,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큰 이득을 보고 인생을 역전하는 분들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하지만 ‘뫄뫄를 해서 내가 돈을 땄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회자되는 것은 오히려 그렇게 돈을 딴 사람의 수가 적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의 경제상황은 더욱 각박해지고 그러다 보니 남들 돈 벌었다는 이야기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겠죠. 물론 그 이야기를 듣고 같이 코인판에 뛰어드는 게 ‘좋은 쪽’인지는 전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원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지금처럼 주식시장, 암호화폐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때가 없다.

지금 투자하지 않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면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지 않은 이유는 그냥 바보라서일까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잃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그리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무조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인해 결국 더 큰 이득을 바라는 탐심의 씨앗을 마음속에 심게 되고 결국은 가진 돈을 모두 잃을 때까지 도박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 글에서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우리라도 ‘머리에 힘을 줘서’ 코인판이나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말자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노동을 경시하게 만들고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요행에 기대는 것 말고 방법이 없게 만들어 버리는 정치가와 정부, 자본가가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노동을 통해 정직하게 돈을 벌고 그렇게 차곡차곡 돈을 모으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세계가 구축됐다면, 지금처럼 코인이나 주식이라는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썩은 동아줄에 의지해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구원을 바라는 사람이 적어도 지금보단 적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아직 요원하고 오늘도 사람들은 내 집 마련, 나의 행복, 우리 가족의 미래 등을 위해 나라가 아직 규제하지 않고 있는 도박판에 뛰어듭니다.

 

이게 옳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저는 마냥 말리지도 못하겠습니다. 앞으로 코인판과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그것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당장 내일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이 상황 속에서 누군가의 저글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Written by 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