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기에 한일 그림책 교류 활동을 하는 사람 이야기

정치적 상황 때문에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한국으로 발신하던 일본 책 소개가 어려워졌다. 언젠가부터 일본의 ‘일’ 자만 꺼내도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지인은 “정치랑 문화는 별개지・・・・・・.” 라는 말을 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예정 돼 있던 정부 지원 책 행사도 취소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우리 단체가 기획한 이벤트의 후원자 명의에서 한국측 단체 명을 빼달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혹시 한국 쪽 작가를 일본으로 초청하고 싶어도 꺼려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다들 눈치를 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라고 눈치를 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점차 마음이 위축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 즈음에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전시회를 함께 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고 연락을 준 분들을 만나러 나갔다. 일본의 어린이 잡지 편집자들이었다. 한국의 도서전과 어린이책 일러스트 대회를 보러 한국에 갔다가 한국 그림책에 푹 빠졌다며 가방 한가득 한국 그림책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다. 한글을 몰라서 읽지는 못하지만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연락을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이 아파요.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서로를 잘 모르니까 미워하는 것 같은 거예요. 우리가 지금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한국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 그림책으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이렇게 두 나라가 사이가 나쁠 때 이런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이럴 때일 수록・・・・・・.”이라는 말을 해 주었다. 위축돼 있던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닮은 부분도 많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 뭐가 비슷하고 뭐가 다른지를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한국 그림책 내용에 맞춰 일본 그림책을 준비하기로 이야기했다. 주제는 「친구」로 정했다.(전시는 11월23일에 열릴 예정이다.)

곪을 대로 곪은 곳을 모른 척하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게 말이 되는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안다. 자꾸 그렇게 지내다보니 툭하면 싸움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그 말에는 나도 동감이다. 그런데 그저 화를 내는 것만으로 해결이 될까? 정말 상대를 감정적으로 비난하면 상대가 아차 하고 용서를 비는 걸까? 안타깝게도 이대로는 전혀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서로 왜 그러는지 상대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 여기서 오해를 받을 것 같아서 한마디 해두고 싶다. 이 상황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해 먹는 사람들을 이해하자거나, 그럼에도 잘 지내보려고 애써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을 잘 모르지만 일본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을 정말 모른다. 일본 사람들은 역사 시간에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이 어떤 일을 했나에 대해서는 99.9% 배우지 않는다. 그 안에 한국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일본 사람 태반은 한국 사람들과 다르게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한국보다 훨씬 심하게 정치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당연히 미디어가 정보를 왜곡하면 속기 쉽고 아니면 애초에 관심 자체를 가지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 한국의 극우나 반일 정보만 자꾸 접하게 되면, 한국은 일본을 싫어하는 나라, 위험한 나라, 사이가 나쁜 나라, 멀리하고 싶은 나라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 상황은 한국에서도 일어나는데 일본에 대한 증오심만을 키우는 역사 교육이나 미디어의 영향으로 인해서 일본을 그저 악이고 소멸시켜야 할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난다. 사람들은 사실 언제까지나 서로를 미워할 구실이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두 나라의 평화를 기원하며 아베의 폭주와 미디어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상하게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말이 쉽지 상대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들고 오해를 풀고 마음을 열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나 역시 일본에서 생활을 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겨우 마음이 조금씩 열렸는데 교류 없이 뚝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저절로 해결이 되기를 바라는 건 도둑 심보가 아닐까?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왜 하필 일본에서 한국 그림책을 소개하고 알리는 일을 하려고 했을까. 사실 특별한 사명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국가 같은 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그저 그림책이 좋았을 뿐이고 가장 잘하는 언어가 한국어였으며 어쩌다 살고 있는 장소가 일본이었을 뿐이다.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 것 그림책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상대를 알고 싶어하게 된다면, 그래서 미워하지 않게 된다면, 미래를 위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Written by 한일그림책교류회 강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