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별거 아니에요. 여행! – 처음이 있으면 두 번은 쉬운 거 같아요.

I. 여행은 상상만으로 넘나 즐거운 것!

 

여행. 많이 다녀보셨나요? 저에게 여행이란 아직은 큰 존재입니다. “조금 더 크면 가질 수 있어”라는 느낌이랄까요? 그도 그럴 것이 한번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우니까요. 1년간의 휴학 중 해외여행은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은 참 막막했습니다. 어디로 갈지. 누구랑 가야할지. 경비는 얼마나 들지 등등. 하지만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모든 것이 즐거웠습니다. 공감하시죠?

사실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어디로 갈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죠. 그런 제가 일본을 선택한 것은 고민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일본어도 조금은 기억하고 있고 그만큼 항상 익숙하게 느껴온 유일한 ‘다른 나라’이니까요. 성숙한 시민문화, 문화재, 역사 등 일본에 대한 것은 비교적 많은 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길을 헤매다 주저앉아 울고 싶지 않은 이유로 긴 고민 없이 일본의 ‘간사이 지방’으로 여행지를 정했습니다. 오사카와 그 주변에 대한 책을 구입하고 공부하면서 하나씩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습니다. 여행책은 내가 가게 될 곳의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알려주며 여행 이후에는 큰 증거 중 하나가 되어, 여행을 계획하는 데에 중요한 목록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어디로 떠날까’를 결정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누구와 갈까’로 이어졌습니다. 오래전부터 꿈꿔온 해외여행을 좀 더 완벽하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매우 중요하겠죠. 가장 편안하며 가깝고 무엇을 같이해도 즐거운 사람. 그래서 전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가장 친한 친구인 저희 엄마에게 제안했습니다. 책과 파트너, 앞서 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의 블로그 덕분에 저의 일본 여행은 5박 6일 동안 교토, 오사카, 나라를 다니며 그 속의 문화재들, 온천, 쇼핑을 하고 오는 아주알찬 계획으로 짜였습니다. 사실 비행기와 숙소를 알아보는 일은 조금 더 싸고 좋은 곳을 찾기 위해 고생했던 것 같지만 역시 힘들었던 것 보다는 즐거웠던 것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하하

 

Ⅱ. 드디어 일본!

 

부푼 마음으로 간사이국제공항으로 떠났습니다. 첫 여행지는 교토! 교토에서는 이틀 밤을 머물렀는데, 첫 날은 교토시내에서, 둘째 날은 온천욕을 위해 교토 외곽의 료칸에서 묵었습니다. 첫날은 밤에 도착을 하기 때문에 미리 숙소 근처 관광지를 알아갔습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유명 시장골목인 “니시키시장”이 있어 간단하게 구경을 한 후 돌아왔습니다. 밤에 도착했지만 치안도 좋고 가까운 곳에 볼거리가 있는 숙소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여행 첫날의 설렘을 안고 숙소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쉬우니까요. 둘째 날에는 본격적으로 교토의 관광지를 둘러봤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많은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 보다 적게 보더라도 여유를 갖고 다니는 것이 저희 여행의 목표였기 때문에 청수사와 기온거리, 철학의 길만을 둘러봤습니다. “키요미즈데라”라고 하는 청수사는 절벽에 수많은 나무기둥으로 만들어진 본당이 유명합니다. 본당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은 역시나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 거꾸로 마주선 다른 건물에서 본당을 봐라봤던 것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에게 밀려 본당을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나무기둥들이 규칙적으로 쌓여 본당을 받치고 있는 모습은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둘째 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철학의 길”입니다. 철학의 길은 일본의 철학자가 그 길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천천히 길을 따라 산책해보니 조금은 그 철학자가 이해되더군요. 그곳은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수로를 따라 양 옆에 나무들과 작은 집들이 길을 이루고 있었는데 세상 밖 소음은 조금도 들리지 않고 바람소리와 새소리, 물소리만 들렸습니다. 가끔씩 마을 주민들이 꾸며놓은 귀여운 인형과 장식들, 아기자기한 가게들도 볼 수 있어 산책의 재미가 더해졌는데 가장 반갑고 보기 좋았던 건 고양이 가족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집이었습니다. 낡은 수레와 천들을 이용해 집을 만들고 그 안에 이불이 깔려있었는데 앞에 “눈으로만 보세요.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붙어있었습니다. 꽤 긴 거리이지만 일본특유의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교토 중심 관광지를 둘러본 후 JR기차를 타고 교토 외곽 료칸으로  갔습니다.

이 숙소는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부분 숙소와 온천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은 가격이 부담이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본 특유의 온천을 경험해 보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고, 그렇다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스파랜드’를 가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던 중 우연찮게 인터넷을 통해 “유모토칸”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작은 규모의 료칸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온천 규모도 작습니다. 하지만 옆에 큰 규모의 료칸과 자매결연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온천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망 좋은 온천에 누워 “세상에 이게 600엔 밖에 안한다니”라고 감탄하는 행복이란! 여기서는 특히 아침에 먹었던 일본가정식이 최고였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바로 그 식사를 직접해보다니! 조그만 접시에 일인분씩 담긴 반찬들과 조그만 일인용 불판, 그리고 티비에서만 보던 낫토! 평소에 일본드라마인 “심야식당”을 굉장히 즐겨봤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일본음식들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셋째 날은 료칸에서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와 짐을 맡기고 전날과 반대방향에 있는 관광지를 둘러봤습니다. 닌나지와 텐류지, 대나무 길 등을 다녔습니다. 이날은 일본의 문화재 보존에 감탄하는 날이었습니다. 일본 문화재의 기본 관람비용은 500~600엔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문화재 관람비용이 무료이거나 1000원 안팎인 것에 비교하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를 둘러보다 보면 결코 그 돈이 아깝지 않게 느껴집니다. 당시의 의미와 특색이 잘 유지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외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게다가 우리나라는 극히 한정된 부분만 관람할 수 있죠.)직접 신발을 벗고 들어가 복도를 걸어보며 더 자세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교토 여행을 마치고 오사카로 떠났습니다!

 

오사카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습니다. 오랫동안 머물 예정이었기 때문에 편안하면서 저렴한 곳을 찾다보니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대대대만족이었습니다! 호스트인 유키코씨는 돈이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여행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유키코씨의 많은 배려 덕분에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모녀여행객은 많이 보지 못했는지 저희 모녀를 보면서 신기해하고 부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넷째 날은 나라를 다녀왔습니다. 숙소에서 전철을 타고 1시간정도 이동했습니다. 나라에서는 사슴이 사람만큼 많다는 바로 그 “나라공원”을 구경했습니다. 사슴이 정말 많았습니다. 배가 고픈지 조금만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도 쫓아와 먹을 것을 찾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과자 하나를 들고 있으면 순식간에 사슴에게 둘러싸이는 경험은 역시 새로웠습니다. 재미있기도 했고요. 나라 관광을 짧게 마치고 다시 전철로 오사카 중심시내인 “도톤보리”로 향했습니다. 이 날부터 비가오고 날씨가 추워져서 돌아다니기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우산을 쓰고 걷는 도톤보리 강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역시 유명한 쇼핑지구인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있어 혼잡했습니다. 교토가 그리워지더군요.

다음날도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우산을 쓰고 나와 오사카 “주택박물관”을 찾아갔습니다. 주택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민속촌처럼 일본 주택의 역사를 시대별로 재연, 전시 해놓은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기모노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즐겁게 옛 집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을을 크게 재연해서 작게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크게는 그 시대의 사회계급, 전통 등도 배울 수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의 일본의 모습과 패전 직후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해주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즐겁게 주택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며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초행길을 헤매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따라가다 어떻게 되었을지 다시 생각해봐도 아찔하네요!)

 

Ⅲ. 여행 후의 향수

 

5박 6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마치 여행지에서의 날들이 일상이 된 듯 집이 낯설고 또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여행향수인가 싶더군요. 그만큼 저의 일본여행은 아쉬운 것 없이 완벽했습니다. 여행 전 알고 있던 일본과 직접 경험한 일본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궁금증도 모두 풀렸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의 문화에 더 큰 궁금증과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 번 다녀오니 저도 모르게 다음 여행지를 생각하고 있더군요. 예전에 인생을 공부하는 데에 필요한 세 가지가 연애와 독서, 여행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일본여행이 저에게 그런 의미로 많은 것을 남겨준 듯합니다. 문화의 차이를 배우는 것, 존중하는 것, 즐기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점은 무엇보다 엄마와의 소중한 시간입니다. 일본을 다녀오며 ‘여행’과 조금 친해졌으니 다음 여행에선 무엇을 남길지 기대가 커집니다.

 

 

Written by 백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