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습의 구조조정

4·13총선이 끝나고 여론은 선거의 승리를 자축하기 바빴다. 본지의 지난호의 말미에 다가오는 세월호 2주기 추모행사에서 여소야대 국면의 야당들이 뭐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꿈같은 희망을 피력했으나, 현실은 역시나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적어도 대다수가 ‘우리’―왜 우리인지도 모르겠고 그 범주도 애매하지만―의 승리에 들떠 있을 때 아주 슬며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바로 ‘구조조정’에 관한 기사였다. 기사를 짧게 설명하지만 총선국면이 끝났으니 그 동안 방만히 경영되던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분이 자주 옷을 바꿔 입고 우주의 기운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보기보다 암암리에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듯하다. 적어도 그 분은 아닐지라도 그 수하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그 증거가 바로 이 기사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이 기사는 생각보다 많이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나라와 경제에 관심이 있는 좀 사시는 분들은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SNS를 위시한 ‘운동’진영에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아직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구조조정’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기업이나 산업의 구조적인 불합리한 점을 해결하거나 조정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쉽게 설명하지만 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편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적자가 나는 사업을 정리한다는 의미만이 아닌 인력에 대한 감축까지 포함한 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적어도 94월드컵을 기억할 나이라면 IMF사태 또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IMF때처럼 나라가 절단나지는 않겠지만 “구조조정”이란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조금 피부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와중에 또 양적완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즉 시중에 돈을 풀어서 돈의 유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필자들이 얼마나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한국판 양적완화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 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했다. 물론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것을 그들의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다. 우선 이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한 가지 의문이 들지 모른다. 기업을 구조조정 한다면서 돈을 또 어디에 풀겠다는 것일까? 정답은 구조조정 기업을 정상화 시키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겸하고 있는 유일호 부총리는 4월 1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안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공급 과잉업종·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으며, 빨리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이중 정부의 물망에 오른 가장 문제 기업은 해운과 조선 업종이었고 특히 해운업이 구조조정 1순위 분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들이 잘 인지하지 못해서 그렇지 벌써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새삼스레 선박사의 실책만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니다. 물론 이 구조조정의 여파로 대량해고이던 혹은 체감하지 못할 소소한 해고이던 어떤 형태의 인력감축이 예상될 것이다. 어른들의 논리에 의해 답이 없지 않느냐고 한다면 필자 또한 신묘한 해안이 없으므로 역시 무어라 훈수를 두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변죽을 울릴 것이라면 처음부터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애초에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해고자가 나올 것이라는 걸 생각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해고자 이야기는 좀 더 뒤에 하도록 하고 관심있는 사람들 외에는 잘 알지 못할 이야기 하나를 지금부터 다루고자 한다. 필자가 이번 구조조정 문제에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눈을 크게 뜨시라.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굳이 신문을 들쳐보거나 경제에 민감하지 않더라도 지갑만 열어봐도 체감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국제 경기의 엄혹함을 호되게 느끼고 있다. 이들은 호황기에 비싼 용선료를 주고 배를 빌려 영업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대부분의 용선계약을 10년 장기계약으로 체결했다. 이는 단기계약보다 장기계약이 상대적으로 용선료가 저렴했기 때문인데, 호황기에야 이를 벌충할 정도로 수입이 좋다지만 이는 추후 운임이 하락하면 손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현재 현대상선은 전체선박 116척 중 83척을 용선으로 쓰고 있으며 2조 가량의 용선료를 지불하고 있다. 또한 한진해운도 약 1조원 가량의 용선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채권단에 자율협약(채권단 기업 공동 관리)을 신청하고 협상 중에 있으며, 쟁점사안 중 하나가 바로 이 용선료의 재협상이다. 즉 채권단 입장에서 자금을 투입해 봐야 외국 선주들에게 지급되는 용선료로 모두 지출된다면 이는 밑빠진 독에 물 붙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고를 통해 경제 공부를 하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 상황이 이렇다는 것 정도만을 알아두도록 하자. 그렇다면 정말 문제는 무엇일까?

앞서 설명한 사정들에 의해 설왕설래되던 해운사 구조조정은 4월 22일 한진해운 측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채권단 자율협약이 공시되는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4월 22일(금) 오후 4시 23분부터 4월 25일(월) 오전 9시까지 주식의 매매거래가 정지되었다. 자율협약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진해운의 전회장이자 대주주인 최은영 유스홀딩스 회장과 그 일가가 매매거래 정지 직전에 보유하던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이 확인되었다. 최 회장 일가의 재산 보유액은 1천 850억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처분한 주식의 금액은 31억원에 달한다. 최회장과 두 딸 명의로 되어 있는 주식은 한진해운 전체 주식의 0.39%에 달하는데, 사전 처분을 통해 회피한 손실액은 대략 1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는 심각한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이기도 하지만, 도의적 책임을 차치하더라도 이 사건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 조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미공개 정보 이용’을 통해 손실을 회피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도 범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가진 놈들이 다 그렇지라고 혀를 차기에는 현재 한진해운에 남아있는 임원진들은 사장은 50%, 전무급은 30%, 상무급은 20%의 급여를 반감하기로 하고, 일반사원의 인건비를 10%절감하고 복리후생비용 등도 30~100% 삭감할 예정이란 사실을 보고 있자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게다가 최은영 회장이 땅콩회항으로 유명한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 일가와 한 집안이라는 것을 감안하자면 이쯤되면 그들의 종특인가 하는 실없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천만번 양보해서 자기 주식을 파는데 무엇이 문제이냐라고 한다면 이제부터 이 사달이 일어난 배경을 설명한 위 글들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도록 하자. 2006년 경영권을 승계한 최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하기 까지 이 회사의 총 책임자로 있었다. 이에 경영악화에 대한 경영자의 책임도 책임이지만 한진해운을 둘러싼 한진그룹의 조씨 일가의 분쟁도 이에 빼놓을 수 없는 사안 중 하나일 것이다. 이래도 감이 오지 않는 다면 좀 더 친절해지기로 하자. 우리는 앞서 구조조정과 함께 양적완화라는 표현을 써왔다. 다시 말해 경영실패와 경영권 분쟁의 결과를 채권단을 통해 세금으로 만회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해운업에 종사하는―하청업체를 포함한―많은 노동자들의 해고는 덤일 것이다.

실제로 2007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이사회에서 다룬 안건은 510여건이라고 한다. 이 중 사외이사들은 이에 대한 반대의견이 0건이었다.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한진해운의 경우 80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한 2011년에도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건조자금 조달 등 투자와 관련한 이사회 안건에 대해서도 사외이사들의 반대의견은 전무했다. 경영진의 잘못된 책임에 제동을 걸어야할 사외이사와 감사 등은 사실상 거수기의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결국 경영진의 경영실패는 오로지 우리의 몫이 되고 말았다.

국제경기의 거대한 흐름을 개인이나 일개 기업, 국가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고 천 번을 양보해 구조조정을 그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해 보자. 지난 11일 경남 거제 대형조선소의 사내협력사 직원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목을 매달고 목숨을 끊었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쳐보자. 우리는 이것이 마냥 국제경기의 엄혹한 현실 때문이라고 그저 자답해야 만 하는가? 아니면 일이 이 지경에 달하고 혹시 모를 대량 해고를 불러올 원인이 비단 대세적 흐름 외적인 다른 곳에 서도 왔다고 생각하는가? 정부와 두 거대 야당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똑똑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절대 좌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Written by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