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결혼해요 : 트랜스젠더 커플의 결혼에 대하여

오늘의 주인공, 완즈 4번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가 3월에 결혼을 하게 된다는 소식을 먼저 전합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결혼식은 안 하고 혼인신고만 하기로 했어요~ 이런 저의 결혼이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트랜스젠더 커플의 결혼이라는 점입니다!

 

저와 짝꿍은 트랜스젠더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스스로를 여성 혹은 남성 한쪽으로 생각하지 않는 젠더퀴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제 작가 소개글에 나와있는 젠더퀴어는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저희가 만나게 된 계기도 엄청 특별하진 않습니다. 같이 알고 있던 지인을 통해 저희 교회 송구영신 행사에 놀러 왔던 짝꿍이 제 연락처를 얻고, 그렇게 연락을 두 달여 간 주고받으며 썸을 타다가 연애를 시작했고, 제주-서울이라는 각자의 거처에서 장거리 연애를 했던 것을 제외하면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남들과 비슷비슷한 연애를 했습니다. 그러다 장거리 연애가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거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양쪽 집안에 인사를 드리고, 이 사람이면 내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을 하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여성-남성으로 이뤄진 이성애 커플과 다르지 않아 보이기에 저희 결혼도 다른 많은 사람들의 결혼과 다르지 않아 보일지도 모르죠.

저는 저희의 결혼이 트랜스젠더 커플의 결혼이기에 다른 결혼들에 비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저희의 결혼이 다른 결혼과 다를 바 없는 결혼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살펴볼 카드는 지난달에도 나왔던 카드인 완즈 4번입니다.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 두 사람이 꽃다발을 들고 있습니다. 주로 크게 축하받아야 할 경사 혹은 안정된 관계, 상황 등으로 해석되곤 하는 카드인데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카드 안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람의 성별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카드는 결혼에 특정하지 않고 경사 혹은 안정된 상황이나 관계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성별 이분법적인, 이성애 중심적인 해석에서 벗어난다면 성소수자의 결혼으로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죠. 레즈비언 커플, 게이 커플, 바이 커플, 트랜스젠더 커플, 그리고 지금 말씀드린 LGBT를 제외한 흔히 Q+로 불리는 다양한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커플의 결혼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저희의 결혼이 특별하길 바라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흔한 여-남 커플이 아닌 저희 같은 커플도 결혼을 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결혼 소식이 한국에 많은 성소수자,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 그중에서도 논바이너리,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여성 혹은 남성 한쪽으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흔치 않은 사람들이 ‘남들 다 하는’ 결혼을 한다는 것이 특별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결국 저희의 결혼이 아무 특별할 것도 없는 결혼이 되길 바랍니다. 전국의 모든 성소수자 커플이 아무런 장벽 없이 결혼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무 거리낌 없이 축복을 받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신혼부부 지원제도를 받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바랍니다. 그렇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길 바랍니다. 

 

제가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담배를 거꾸로 물고 필터에 불을 붙이지 않습니다. 제가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제가 직장에서 하는 일이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제가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밥을 하루에 다섯 끼를 먹지도 않습니다. 트랜스젠더도, 모든 성소수자도 비성소수자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이 특별할 것이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그게 심지어 제 결혼일지라도요.

 

 다시 말씀드립니다. 저 결혼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께서 지금 전 세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길 바라는 수많은 성소수자 커플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제 결혼이 다른 수많은 예비 신혼부부와 똑같이 온전한 축복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Written by 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