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대권주자

20대 대통령선거가 바로 코앞입니다.

결과가 어떨지는 앞으로 며칠만 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요. 16대 대통령선거 이후 간만에 나온 박빙 접전 대선에 더 관심이 갈 법도 한데 유권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수식이 붙으며 그 어떤 허물도 모두 진영논리에 묻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것이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보수인사들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일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지요. 물론 저마다의 이해와 이익 때문이겠습니다만 이번 대선의 재미난 이면 중 하나입니다.

 

좀 더 정의당을 포함한 여러 군소 진보 후보의 약진을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만, 박빙선거에서 생겨나는 사표심리가 더욱 신념에 의한 투표를 주저하게 만드는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로 유권자들의 자발적 인질극 동참을 꼽고 있는지라 형국이 과열될수록 점점 더 현실화되어 가고 있답니다. 결국 위기감을 강하게 느껴 정치적 신념 혹은 계급에 반하는 투표를 하더라도 그 자체를 욕하기는 힘들겠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심정이던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마음을 먹고 투표를 하던 공민권을 행사하는 것이니 욕먹을 일은 아니라지요.

만약 아무리 위기감을 느껴도, 민주당보다 더한 보수정권이 자리매김하여도 민주당의 괘씸한 행태를 눈뜨고 지켜볼 수 없는 분이라면 앞서 말씀드린 다른 진보정당들이 대안으로 존재한다지요. 이런 경우라면 사표심리는 생각하지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이기는 말에 배팅하듯 투표할 마음이 이미 없다면 사표심리를 고민하는 것만큼 허무한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진보정당에 표를 주시던, 그도 싫으면 다른 후보에게 표를 주시던, 투표용지에 용이라도 그려서 찍을 후보가 없다는 것을 피력하는 것도 충분히 공민권을 잘 행사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단, 필자가 겪은 이런 분들은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합니다. 신념에 투표하는 것이 아닌 이상한 자기합리화에 투표하는 분들이랄까요?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고 합니다. 이준석 대표의 저 무수한 발언과 윤석열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언만 들어도 뭔가 이미 쎄하지 않으십니까? 아울러 윤석열을 비판하는 분들을 보며 이재명을 지지한다고, 왜 그는 욕하지 않느냐는 분도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승리를 바래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필자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는 비밀투표 원칙에 따라 본인과 하늘만이 알 일이겠습니다만,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의 낙선을 바랄 뿐이라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그 반대급부로 윤 후보의 낙선은 이 후보의 당선이라는 모양새로 나타날 것이 가장 현실적이겠습니다만, 마치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같은 인식이 필요하다고나 할까나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실상 똑같다면 모르겠습니다만 민주당으론 이런 문제를 해결 못하겠으니 국민의힘이란 선택을 하신다면, 특히 그중에서도 해결하고 싶은 부분이 특히 젠더문제라면 신문만 매일 읽어도 그게 얼마나 큰 오판이실지 확실하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결국 그놈이 그놈 아니냐구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헌데 도찐개찐이면 그냥 다른 후보를 찍는 게 맞지 굳이 자기합리화를 왜 하시는 것일까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하고 있잖아요.

 

아울러 국민의힘은 지지율을 챙기는 방법 중에 하나로 ‘자극적’인 방식을 택했다지요. 보수정당이 쓰는 소위말해서 ‘당신의 위대한 한 표를 주십쇼. 그렇다면 위대한 조국을 돌려드리겠습니다.’의 기출변형 같은 느낌을 살짝 줍니다만 자세히 보면 뭔가 많이 다릅니다. 낡은 의미의 색깔론과 망국론 같은 것은 여전합니다만 그 안에 ‘여가부 폐지’ 같은 자극적인 말이 있답니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 혹은 왜 페미에게 치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잘 이해하기 힘든 분들이 저런 발언들에 시원함을 느끼고 계신 듯하지만 실상 구체적인 복안은 정책자료집 등을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지요. 아울러 일부 남초 커뮤니티 기준으로 본인들 성향에 거품 물 정책들도 제법 눈에 들어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발화를 어떻게 하든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이지 사이코패스 집단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지난번 TV토론회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이명박, 박근혜도 MD체제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지금 가입하겠다고 하는 것이냐며 학을 떼는 장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장 듣기 시원한 말을 해준다고 표를 주겠다면 그거야 본인의 자유입니다만 결국 열불나는 건 본인 몫일 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청년세대에 공정과 기회의 장을 열겠다고 국민의힘 측은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국 사태를 목도하고 정말 꿈꿀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집값을 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겠습니다. 헌데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여가부를 해체하는 것과 내 삶이 공정해지고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지요.

 

그런 의미에서 표를 위해 지지자들을 기망하고 있다고밖엔 말할 수 없겠습니다. 일부에서는 내 삶은 나아지지 않아도 좋고, 집도 못 사도 좋으니 페미들에게 일격만 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보이십니다. 그것이 본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타인을 증오하는 덴 많은 에너지가 쓰이니까 좀 더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고민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대선은 결국 언제나 그렇듯이 소신 투표하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다만 의미 없는 합리화나 이상한 사고방식으로 ‘나’를 부정하는 분에 투표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테니 꼭 그 점 염두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혹한 정치는 언제나 호랑이보다도 무서운 법이거든요. 모두 역병에 유의하며 안전히 투표하도록 합시다.

 

 

Written by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