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는 시간을 존중하는 방법 – 지적·발달 장애인의 사회복지 현장을 보다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구·방법에 대하여

글 : 박 원 진

 

1. 저는 일본에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전국사회복지협의회 연수생 박원진입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자기소개를 올해만 족히 300번 이상은 외친 것 같습니다. 저기 「한국에서 왔습니다.」부분을 보시면 좀 이상하시죠? 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일본에 있습니다. 올해 3월 말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전일본사회복지협의회에서 1년간 연수생의 신분으로 일본의 여러 사회복지 기관에서 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고시마에 있는 「토키와카이(常盤会)」라는 사회복지 법인에서 다양한 장애인시설과 관계 기관 및 시설 등을 돌아가며 연수중입니다. 이 시설은 지적·발달 장애인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가고시마에서 제일 큰 사회복지 법인으로써 법인 안에 11개의 근로·주간보호·아동 등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들에서 연수하며 다양한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인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구 및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2. 읽고 들을 수 있는 보완대체의사소통

 

「보완대체의사소통」이란 독립적으로 말이나 글을 사용하여 의사소통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를 감소시키고 언어능력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구어) 이외의 여러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언어발달이 느린 지적·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용되고「언어치료사, 특수교육 분야」등에서 사용되고, 여러 사회복지 시설이나, 경찰, 법원 등에서도 의사소통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자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그림 1」과 같이 그림·사진 등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뭐가 특별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청각장애인에게 수화가 없으면 들을 수 없고, 시각장애인에게 점자가 없으면 읽을 수 없듯이, 지적·발달장애인에게는 읽고 들을 수 있는 대단한 방법입니다.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한국과 동일한 그림카드였습니다. 「그림 2~5」와 같은 다양한 그림으로 자신의 의사표현, 교육, 사고방지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사용되고 있는데 뭐가 그리 놀라웠냐구요?

여기는 이런 의사소통방식이 일상적이라는 것에서 놀라웠습니다. 창문틀이나 문틀과 같이 손이 다칠 위험이 있는 곳은 언제나 “위험해”라는 그림이 붙어있었고, 화장실이나 직원실 등의 장소에도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물함, 의자 등에도 글자와 함께 이용자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설 직원들은 이런 의사소통그림을 카드처럼 만들어 명찰과 함께 목에 걸고 다니며 시설 이용자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정말 이 사람과 소통하고 싶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감동했니다.

 

3. 마카톤(MAKATON)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특수학교라고 불리는「가고시마대학교육부속특별지원학교」에서 연수할 때 「마카톤(MAKATON)」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2011년 장애인관련 인터넷 신문에서 소개된 적은 있습니다.

마카톤은 사인(수화)과 심벌(그림)을 말과 함께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장애인이나, 말은 하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도와주기 위해 개발된 언어 프로그램입니다. 마카톤이 일반 사인(수화)을 사용하는 것과 다른 점으로는 대부분의 사인(수화)이나 심벌(그림)은 말이나 글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되고, 나라마다 표준화된 동작을 사용하며, 주로 청각 장애인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이용되지만, 마카톤은 말, 동작, 표정, 눈 맞춤, 보디랭귀지, 등의 다양한 의사 표현 수단을 동시에 씀으로 언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용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텔레토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텔레토비 친구들은 언어보다 다양한 몸동작을 사용하며 대화합니다. 말이 거의 없는데도 알아 듣게 되죠. 그것이 마카톤입니다.

 

4. 우리가 바라는 것

 

처음 봤을 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단어를 외우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 말하기 힘든 사람들이 마카톤을 사용해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림카드가 넘어서기 힘든 것이 단어 이상의 것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마카톤을 사용해서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을 만들어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획기적이었습니다.

물론 일본의 모든 특수학교나 사회복지 시설에서 마카톤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나 직원들이 이것을 외우고 이용자에게 가르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마카톤을 사용하고 있는 특수학교선생님께 물었습니다.

“마카톤을 왜 사용하시나요?”

“아이들이 의사소통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합니다.”

순간 “호지자불여락지자” 즐기는 것이 최고라는 공자님의 가장 유명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의사소통하는 것이 즐겁다면 말(언어적)도 늘게 될 것이고, 나아가 타인과 관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며 타인과 교류가 가능하고,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며 감동할 수 있고, 이타적이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며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들의 교육은 옳았습니다. 초등부의 많은 아이들이 마카톤을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고등부에서는 많은 수의 아이들이 마카톤 없이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5. 느리게 가는 시간을 존중하는 방법

 

지적․발달장애인의 시간은 비장애인 보다 느리게 갑니다. 당연히 생각했던 양치질, 식사하기 등도 잘게 나누어 순서를 정해 긴 시간을 들여 익혀야 합니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렸을 적 언어를 배울 때 많은 시간이 걸렸듯, 이들도 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언어를 배우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배려하고 이들의 말을 듣고자 노력하는 것이 사회통합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말했듯 보완대체의사소통은 치료 분야에서는 쓰이고 있지만 사회복지 시설이나, 경찰, 법원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불통이 현실인 사회에서 장애인의 느리게 가는 시간을 천천히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한국 사회 전반에서도 느리게 가는 시간을 존중하는 방법을 익혔으면 합니다.

그럼, 저도 일본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겠습니다.

 

 

Written by 박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