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이번 달 글을 쓰기 위해 카드를 한 장 뽑아봅니다.

                                                    마이너카드 펜타클 3

 

이번 글의 주제 카드는 펜타클 3번입니다.

 

잠시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지난주 목요일인 9월 16일, 회사가 망했다며 갑작스럽게 모든 팀원들이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9월 30일까지만 일을 하게 됐고 그 월급은 바로 줄 것이다, 라는 말과 함께였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회사가 망할 징조는 몇 가지가 있었고 언제 짤려도 이상하진 않겠다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9월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받은 해고 통보는 정말 낭떠러지 앞에서 누군가가 나를 툭 하고 미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다시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할 줄은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추석 3일 빼면 준비할 시간조차 얼마 안 남았는데

언젠가 타로를 전업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이른 것 같은데

당장 다음 달에 나가야 하는 대출금은 어쩌나

 

오만 생각들이 다 스쳐 지나갔습니다.

부랴부랴 오만 회사에 이력서를 밀어 넣기 시작했습니다.

타로 업체 네 곳에도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급하게 준비한 이력서지만 내용은 충실히 준비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일반 회사 한 곳, 전화 타로 회사 두 곳에서 면접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지난 주 금요일, 일반 회사 한 곳에 가서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을 보던 중 면접자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제 답변은 이것이었습니다.

“약을 먹고 있습니다.”

질문을 하신 분이 당황하셨는지 아니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신 건지 “네?”라고 재차 질문을 하시기에

“CS를 하는 사람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건 다들 아시리라 생각한다. 저는 이 일이 너무나도 좋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약을 먹고 병원에 다니면서 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다음 주쯤 면접 결과를 말해주겠다고 하셨고 결과는 예상대로 탈락이었습니다.

 

정신병이 있는 것을 괜히 말한 것일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면접 자리에서 말했던 아래의 내용들이 다시 한번 저의 진로에 대한 관념을 정리해주는 자리였기에, 비록 떨어졌어도 그 자리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 중에서 지금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CS였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에서 제 역량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CS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객 한 분 한 분이 저의 응대로 인해 원하는 바를 이루고 기분이 좋아지신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겁니다.”

한국에서 CS의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만큼 저도 열심히 하겠지만 저의 가치를 알아줄 수 있는 회사에서 제 역량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요일과 오늘, 면접을 봤던 두 곳의 타로 전화 상담 업체에서 모두 합격했습니다.

 

                                                    마이너카드 펜타클 3

 

처음 타로를 배우러 갔던 학원에서는 펜타클 3번을 이런 키워드로 가르쳐줬습니다.

 

미완성의 신호, 시작 단계, 협력자, 기술자, 동업자

 

그런 키워드만 달달 외웠던 저에게 새로운 타로의 시각을 주었던

한연 님의 ‘The Tarot book for Apprentice’ 에서는 이 카드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숙련된 노동, 의뢰를 받은 그대로 결과물을 구현해낼 수 있는 전문기술자의 작업. 실질적인 결과를 구축해낼 수 있는 능력 자체를 말하며 이런 힘이 의인화된 것이 카드 안에 나와 있는 전문 석공이다. 이 카드가 타로카드 내 배열에서 등장한다면 사건의 결과가 나타나거나 누군가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처음 이 카드를 뽑았던 날에는 우리가 아직 타로 상담을 전업으로 시작하기에는 미완성인 수준이기에 저 카드가 나오지 않았나, 이제야 겨우 시작 단계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구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런 해석을 보고 나니, 그리고 오늘 전화 면접을 봤던 대형 전화 타로 업체의 면접관님의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자신감이 샘솟았습니다.

 

선생님 너무 해석 잘하시고 설명도 상세하게 너무 잘해주셨어요! 입점하신 이후에도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 타로에만 ‘올인’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 당분간은 투잡을 뛸 생각입니다. 어차피 저녁부터 새벽시간이 타로 상담 인입도 더 잘된다고 해서 같이 해도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 주와 지금의 제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불안함은 걷히고 자신감이 샘솟았습니다.

 

이제 저는 당분간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일반 회사 면접 자리도 벌써 다섯 개나 더 잡혔거든요.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고숙련 노동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CS/CX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게다가 타로 마스터라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또 다른 부업까지 하고 있는 저이지만 CS/CX, 타로 리딩 모두 펜타클 3번의 석공처럼 전문가가 되고 싶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Written by 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