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는 존재는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제목부터 엄청나게 거창합니다. 해서 이번에는 좀 비장하게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용두사미가 될 거라 계속 이렇게 심각하지 않을 겁니다.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습니다만 필자에게 하나를 선택하라면 ‘운동’이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는 이념적으로, 육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이번에는 몸을 지탱한다는 차원에서 ‘운동’에 더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소싯적에 산을 타며 자란 덕인지, 아니면 남들 다하는 운동을 조금 해본 덕인지, 체력에 제법 자신이 있었답니다. 그때는 밤새우기도 그리 어렵진 않아-모자란 잠은 학교에서 자면 되니까요-게임을 하던, 공부하던, PC통신(?!)을 하던 제법 잘 버텼답니다. 게다가 술도 마시지 않는 터라 언제나 일출과 함께 끝나는 술자리의 뒷정리를 도맡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어느 순간 성년이 되고부터는 딱히 시간과 공을 들여 ‘운동’다운 운동을 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러던 것이 데모 현대사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터라 필요하다면 30분 정도의 길잠도 마다하지 않고 밤을 지새우며 거리에 역사의 곁가지를 목도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운동에 매진하느라 앞서 말한 것처럼 점점 ‘운동’에 담을 쌓고 살기 시작했습니다만 그다지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스트레스와 생활고에 시달리며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고, 매일 라면과 야근으로 몸을 혹사하다 보니 몸이 점점 삐걱거리기 시작하더군요. 마치 저축해둔 체력이 바닥나 더 어디서 끌어 올 곳(?)이 없다고나 할까요?

 

필자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씩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엔 스트레스 받는 분들도 많고 소싯적에 몸도 험하게 쓰고 한뎃잠 잔 분들도 제법 됩니다. 그 덕에 관절과 오장육부가 죄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 어르신들 이야기가 아닙니다. 30~40대들의 이야기입니다. 몸이 아프다 보니 드는 이런 소회는 지구와 함께 여행하는 필멸자(?!)에게 당연히 일어나는 노화라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때가 이른 것 같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기초대사량과 함께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는 체중증가는 염증과 체력 저하를 동반합니다. 살만 찌면 다행이겠지만 덕분에 다른 곳들이 마구잡이로 아프니 그것 또한 큰 문제이고요. 필자는 직업 특성상 앉아서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태반입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그렇고, 사무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처음에는 꼬리뼈의 작은 통증이 시작이었습니다. 마치 바늘로 콕하고 찌르는 것 같았는데 점점 심해지더니 어느 순간 칼로 후벼 파는 느낌이 들더군요. 결국은 허리 통증으로 인해 앉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때쯤에는 하늘을 보고 눕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허리와 골반 부위에 염증이 가득하고 했는데, 결국 염증 제거를 위해 척추 주사를 맞았답니다. 결국 허리를 회복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해서 느지막하게 다시 생활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왕년에 내가 운동을 말이야’라는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더군요. 스탭박스를 올라가기도 버거웠습니다. 햄스트링 근육은 짧아질 데로 짧아져 있었고, 골반이 틀어져서 고관절 가동범위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허리가 아프니 뭐만 좀 할라치면 아파서 중단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노화(?)와 운동 부족으로 기초대사량도 많이 떨어졌던 터라 강도 높은 운동이 아니면 운동한 티도 나지 않더군요. 덕분에 타바타 운동을 하다가 호흡곤란으로 쓰려져도 보고, 암워킹이란 운동을 하다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 토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과정이 트레이너 소환술(?)로 까진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절차탁마의 시간처럼 형극의 길이었나 싶으시겠지만, 간만에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제법 즐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필자의 경우는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이 일반적인 직장인들에 비해 좋은 여건이 주어졌는데, 함께 활동하는 단체원들이 회복을 위한 시간을 양해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많은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덕분에 3개월 동안 하루 6시간씩 운동에만 매진하면서 그럭저럭 앉을 수 있는 몸이 되었다지요. 한데 참으로 사람이 간사한 것이 식단과 운동이 고되고 아픈 것이 덜하다 보니 점점 운동을 안 하게 되더군요. 운동량은 점점 줄어들고 식사량은 점점 늘어났고 그러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건강이 악화하였습니다. 필자의 경우 상태를 유지하자면 고강도 운동이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귀찮으니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손을 놔버린 탓이 가장 켰지요. 그렇게 역병이 완화되어 운동을 좀 할 수 있으면 건강이 좀 좋아졌다, 다시 운동을 못하게 되면 악화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이 많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거나, 너무 쉬고 싶을 땐 집에서 가볍게 운동하곤 합니다. 혹 이글을 보시는 독자들도 몸이 좀 좋지 않다 싶으시면 아주 조금이라도 운동을 해보시는 건 어떤가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쇠질에 매진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본인에게 맞는 운동이라면 걷기라도 좋으니 뭐든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전하고 싶달까요? 삶이 빡빡하니 쉬고 싶은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뭐 운동 좀 안 하면 어떤가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체력을 대출해가면서 카페인으로 버티다 보면 반드시 고장이 나더군요. 적어도 필자는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는데 막상 닥쳐보니 그때가 되면 건강을 회복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걸 너무 절감하고 있답니다.

 

그런 연유로 힘들고 바쁜 삶이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혹 삶에 치여 시간을 도저히 내지 못한다고 해도 당신은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운동하지 않고 살찌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건 자본주의가 심어준 나쁜 인식이니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몸의 한곳이 삐걱거리는 느낌이 나고,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면, 짬을 내서 스트레칭도 좀 하고 가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숨이 찰 정도로 운동을 해보세요. 단! 관절에 무리가 갈 정도로 억지로 운동하면 절대 안 되니까 무리하지 마시고, 더욱이 쇠질을 하신다면 중량에 집착하지 마시고요. 더 가열 차게 살아가기 위해 지금 당장 움직여 봅시다. 독자 제헌들도 생활 속에서 자신을 위해 운동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보수반동과 여러 종류의 가해자들은 빼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Written by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