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끌어 모으다

연일 한국 사회는 공정함이 화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불거진 LH 사태는 한국 사회가 뒤흔들기 충분했다. 거기에 김상조 전 비서실장과 박주민 의원 등이 한쪽에선 임대차 3법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법안 통과를 앞두고 월세를 크게 올려 받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논란들은 곧 있을 보궐선거에도 제법 영향을 미칠 듯하다.

 

기회가 평등하지 못한 것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으며, 약자의 편인 양 행세하다 뒤통수를 치는 정치인들에게 치를 떠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인지상정일 것이다. 한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박탈감과 함께 어떤 욕망이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이 거대한 욕망을 쉽사리 측정할 수 있는 괄목할 만한 지표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이는데, 이는 오세훈 후보의 개발 규제 완화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율배반적이고 거만해 보이는 민주당을 심판하고자 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겠으나, 마음속으로 ‘가즈아’를 외치는 심정이 없다고 한다면 현실을 보지 않으려 하거나 정세 파악이 잘 안 되는 분일지도 모르겠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러한 정책 실패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갭투자의 기승과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야기했다. 물론 이 아귀다툼에서 있는 놈이 더 챙기는 건 당연지사라 하겠다. 이러한 엄청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 이익을 남겼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아 이 거대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영끌’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이미 ‘영혼을 끌어모은다’는 의미로 인터넷을 넘어 일상에서도 종종 사용되던 말인데 그중에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빚을 내어 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시작했다. 좀 더 여유가 있는 이들은 젊은 나이에도 빚을 내어 갭투자를 통해 부동산 불패에 합류했겠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이 눈을 돌리는 곳은 주식시장이 되었다. 이런 흐름을 만들어낸 사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한 세계 경제의 폭락이 한몫을 제대로 하지 않았나 한다.

 

거의 모든 종목이 최저가를 찍은 상황에서 빚을 내어 낙폭과대를 노리는 것이 시초가 되었다. 물론 이때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점점 더 대답한 투자를 시작했고, 대부분 경마처럼 주식을 하는 많은 이들이 소위 ‘곱버스 타다 한강 가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자칭 진보좌파라는 이들이 ‘이런 낙폭과대 장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라고 공공연히 떠는 것을 목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가 자본주의에 발을 딛고 사니 좌파라 할지라도 억만번 양보해서 본인이 원한다면 주식도, 부동산도, 비트코인도 할 수 있다 치자. 다만 그렇게 불로소득을 얻으면 조용히 그 돈으로 재정연대나 하면 모를까, 공공연히 떠들어 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 저명한 경제학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대화의 요지는 필자의 지인이 선물 투자를 통해 진보정당을 후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제학자 왈 얼마나 수익을 보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시장을 이기기란 힘드니 장기적으로 반드시 손해를 볼 것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형태의 투기도 절대 하지 말라 말리고 싶다. 그런 이들은 빠르든 늦든 한강 수온 체크하는 날이 올 것이다.

 

결국 모두가 영끌을 하며 배수의 진을 치는 까닭은 단지 부를 통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환상 때문은 아닐 것이다. 돈을 버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느냐 반문할지 모르지만, 단순히 돈을 벌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이 리스크를 감안하며 한방 역전을 노리는 세태를 누가 만들어 내냐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주식에 투자할 때라고 대주식의 시대를 부르짖는 것도, 가상화폐의 시장성을 이야기하며 연일 누가 얼마를 벌었다고 광고하던 시절도, 마찬가지로 부동산은 불패한다고 끊임없이 부채질하며,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쓸개 빠진 사람 취급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공신화만을 소비하며 ‘야 너도 할 수 있어’를 부추길 때, 도박에 실패한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는 어둠 속에 가려지는 법이다. 굳이 당신이 일상을 바꿀지, 일상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홀짝 게임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이 불나비들의 제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인생을 모르는 철없는 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부디 이 욕망의 굿판을 걷어내길 바랄 뿐이다.

 

 

Written by 라 레알리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