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것에 관하여 / COLOR

여러분은 혹시 ‘올해의 컬러’를 들어보셨나요? 미국 색채연구소 팬톤Pantone에서 주관하며 매년 색상을 선정하여 패션·뷰티업계 전반에 영감을 주는 행사인데, 2020년 색상은 클래식 블루Classic Blue였습니다. 차분함과 트렌디함, 젊음과 안정.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색으로써,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색상입니다. 또한 오래전부터 유럽권에서 ‘청색의 민주화Blue Civilization’라는 의미로 통합적 이미지로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심히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사례와 같이, 색상은 인간사의 희로애락 현장에서 함께하며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같이 즐거움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바야흐로 다多감정이자 무無감정의 시대라고 합니다. 수많은 생각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나타나고 표현되고 있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버려지고 있는 흐름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색상이 무의미한 행동의 반복을 부추기는 과정 중 일개 도구로 사용되는 듯한 현상을 바라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색상은 수많은 피드 속 자극적인 컨텐츠의 수를 채워주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알찬 내용 속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 듯합니다.

 

우리가 아는 색의 차이는 빛에 의해 결정됩니다. 장파장의 경우 난색 계열의 색을, 단파장의 경우는 한색 계열의 색이 나타납니다. 빛을 칼로 무를 자르듯이 자연현상 속에서 확실하게 구별할 수 없으니 이를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고 접근하게 유도하는 것이 ‘디자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작업 속에서 제작자의 색감 사용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것을 숨기고 어떤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밌는 요소들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흰색·검정색·회색 등의 무채색을 색상의 하나의 범주로 포함하여 생각하곤 하지만, 색채학의 색상 구분에서는 무채색과 그 이외의 색상을 다소 다르게 구별하고 있습니다. 색을 완성하는 3가지 요소로는 ‘색상, 명도, 채도’를 들 수 있습니다. 색상은 소위 ‘무지갯빛’이라고 불리는 색상을 의미하며 명도는 색상의 어둡기를, 채도는 색상의 선명도를 의미합니다. 제가 조색을 진행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채도를 파악하고 색상 간의 차이점을 캐치하는 점이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무채색의 비율이 얼마나 되냐에 따라 채도의 높고 낮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색의 ‘선명도’라는 말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개념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선명하다는 건 뭐지?!’

제가 주변을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서 이러한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2년 동안 연습한 지금까지도 ‘선명함‘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뭉뚱그려서 말했던 색상의 개념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단순히 ‘편안해 보인다’, ‘눈에 잘 띤다’라는 표현을 빌려서 주관적인 관용 색명을 많이 사용하는 데 익숙한 편인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보다 체계화된 계통 색명을 빌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색상의 폭을 좀 더 넓혀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톤tone, 한국말로는 색조인 이 표현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색조는 아까 말한 명도와 채도를 합친 개념입니다. 명도·채도가 같이 묶여서 변화하는 경우가 많기에 두 가지를 묶어서 파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퍼스널컬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을 겁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 방법’에 대해 고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요소인데요. 캐롤 잭슨의 사계절 팔레트에 따르면, 계절에 빗대어 사람들은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고, 이러한 계절 타입은 다시 총 3가지 신체 특성을 통해서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피부톤 ‘Warm & Cool’입니다. SNS상에서 퍼스널컬러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요소입니다. 소위 ‘웜톤 쿨톤’이라고 말하는 진단 요소로, 피부가 가지고 있는 색상과 따스함의 유무로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웜warm의 경우에는 피부에 노란 기를 품고 있으며, 쿨cool은 피부에 창백하거나 붉은 기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색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햇빛에 잘 노출되지 않은 귀 뒷부분이나 손목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톤의 차이에 피부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종에 관계없이 노란 기·붉은 기의 유무에 따라 판단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머리카락 ’Deep & Light’입니다. 머리카락의 굵기를 통해서 강한 인상과 부드러운 인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눈동자 ‘Clear & Soft’입니다. 눈동자 선이 흐릿하여 구별하기 어려운지, 아니면 확실하게 구별되어 있냐에 따라 나뉘어져 있습니다. 채도의 선명함 개념과 유사하게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이를 통해 발견한 자신의 퍼스널컬러는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고 개성 있는 모습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색채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색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관점을 항상 넘어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는 사실입니다. 정해져 있는 공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색상을 대할 때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색상이 어디에 어떻게 무엇과 어울리는가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처럼, 새로움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지금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컬러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눈이 수북하게 쌓인 12월 겨울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지구 반대편의 쨍한 햇빛과 푸르다 못해 투명한 바닷가가 펼쳐질 수도,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공산주의 혁명의 진한 빨강을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미시적인 것부터 거시적인 사건 속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색상을 통해 이 세상을 바라보고 기억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작업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정보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다르고 현혹하는 시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인 ‘색상’을 통해 우리 주변을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요. 색상으로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성찰이 필요한 요즘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자세인 듯합니다.

 

Written by 김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