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민주당

코로나와 함께 걷는 일상이 다들 고단하실 줄로 압니다. 아무쪼록 글을 읽는 제현들도 환난을 무사히 이겨내시길 기원합니다.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시기를 다들 견디고 있기에 지긋지긋하다 생각될 만도 합니다. 역병뿐이라면 다행이겠습니다만, 세월이 수상하기만 하니 근래 「이게 나라냐」라는 글을 부쩍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이 호시절일지 모르지만, 필자는 답답하고도 신기한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라지요. 누군가는 ‘일베놈!, 토착왜구놈!’하며 거품을 무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물론 이쯤에서 스팀이 도는 분들은 신묘함을 깨닫고 뒤로가기를 살며시 누르시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한 한 방법이겠습니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스윙보트」를 보면 지금의 기묘함을 잘 그려놓은 한편의 예언서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 선거 시스템의 착오로 선거법에 따라 주인공에게 10일 안에 재투표할 권한이 주어지면서 벌어지는 가상의 해프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백미를 주인공이 행사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한 표를 얻기 위해 작중 공화당의 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그들은 자당의 평소 정견을 완전히 뒤집으며 각 정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들을 반대로 하는 공략을 내겁니다. 영화 「스윙보트」에서 보여주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보며 관객은 재밌어한다지만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전혀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요 몇 년간 필자는 이상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다」라고 극찬하시는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고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한당―이 이름이 입에 붙을 만하니 또 이름을 바꾼―시절 그분들은 흡사 과거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을 민주화투사로 착각하는 모양새를 보여주었다지요. 그치들이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모습은 그저 익살극 같아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한데 그 대척점에 있는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또 다른 실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부자정당을 견제하지만, 그들보다만 덜 부자인 부자정당의 모습을 보여준달까요? 정당의 색보다 ‘여당’과 ‘야당’을 수행하기만 하는 거대양당만이 있을 뿐이지요. 차라리 이쯤 되면 진보정당들에게 ‘진보’의 타이틀은 온전히 내어줘도 본인들에게 무해할 듯한데 민주화의 추억은 가져가고 싶은지 ‘범진보’라 불리는 걸 놓치기 싫은 모양새입니다. 이쯤 되면 왜 민주당만 욕하느냐며 핏대를 세울 분들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기쁜 소식을 전한다면 국민의힘은 애초에 거론할 가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민주당만 욕할 따름이지요.

 

‘이명박근혜 때는 찍소리도 못하던 것들이 좋은 대통령 때가 되니까 너나 할 것 없이 기어 나와 난리를 친다’라는 부류의 글들을 SNS를 통해 제법 접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경우 역병이 전 지구적으로 창궐하기 직전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면한 상황에서 직접 육성으로 이 말을 들은 귀를 씻어내고픈 기억도 있답니다. 우선 이명박근혜 시절 집회에서 민주당 깃발을 본 것이 손에 꼽기도―본적이 있던가가 더 궁금한―하지만, ‘사람이 먼저다’가 캐치프레이즈인 정권을 떠받드는 분들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을 보자면 무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하구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민주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 노력하시고, 민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분들도 꽤 있으실 겁니다. 정당의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좋은 정치인도 더러 있다는 것은 필자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인지 전체인지 알 수 없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행동부터 이를 반영한 듯한 민주당의 행태, 그리고 정권의 모습은 그야말로 『삼위일체』라는 말이 적격이지 않을까 합니다.

 

역대급 정부라며 ‘이니 마음대로 다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말에 설렌 이들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현실정치를 모르기에 속 편한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좋은 ‘역대급’ 대통령이라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많은 평등과 공정을 기대하는 것이 그렇게 과한 욕심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압도적인 지지율을 가지고도 보여주는 현실은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만 합니다. 당장 일례로 본인들은 다르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친노동정책보단 반노동정책이 더 많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니겠지요?

 

필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안희정을 그렇게 찍어내고 좋은 정치인 씨를 계속 말리면 누가 정치를 하라는 것이냐’라는 소리 또한 들은 적이 있답니다. 모니터 화면에서만 보던 잡소리를 대면한 이의 육성으로 듣자니 밥 먹던 숟가락만 내려놓게 되었답니다. 조국부터 박원순, 추미애를 관통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이런 인식들이 강하게 박혀 있답니다. 고위공직자의 전재산몰빵도, 위력에 의한 성폭력도, 직위를 이용한 갑질도 모두 우리끼린 괜찮다면, 국민의힘과 합당을 통한 완전체의 길을 걷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수라며 자가당착을 보이는 분들이 꽤 있는 듯하지만, 결국 이런 인식은 민주당을 강고하게 지지하는 이들이 이런 문제를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무조건 비판만 하면 망고땡(?)이냐고 하실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지만, 필자도 민주당의 몇몇 정책들은 지지와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단지 그 정책이 반영되고 실행될 때를 보자면 원래 이거 아니지 않나 하는―흡사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을 보는듯한―한숨이 나온다는 점이 있을 뿐이지요. 정치적 견해를 떠나서 편이라도 좀 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전혀 그런 구석이 없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모두를 아우르지도 못하고, 민주적이지도 않고, 자신들의 색이 명확한 정당도 아니지 않은가 합니다. 좀 더 필설로 형용하려 뜻을 굳게 먹고 이 글을 쓰려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더 이상 쓰지 못하겠나이다.

 

Written by 노란머리 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