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티잔 1941을 해보다

게임 좋아하십니까? 전혀 취미가 없으신 분들도 있고 만나본 사람 중에선 시간 낭비로 치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필자는 286을 가지고 놀던 시절부터 무척이나 게임을 즐기는 편입니다. 유해한 게임이 있지 않으냐고 하면 동의합니다만, 소싯적 대항해시대2라는 게임을 즐기며 세계지도를 통째로 머릿속에 집어넣은 입장에서는 유익한 게임도 있다고 말하고 싶답니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공감이 전혀 안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취미를 즐기기 위해 기다리는 작품들이 있을 겁니다. 필자가 파르티잔 1941을 처음 안 것은 역병이 기승을 부르던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직 미발매인 이 게임의 트레일러를 본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빨치산 게임이 나온다고? 그거도 한글이라고?’

 

현재 게임의 평을 보면 빨갱이 게임이라고 부들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 사상취향 저격이나 진배없었기에 잘 뽑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출시를 며칠 앞두고 데모 버전이 출시되어 잠깐 플레이해 보았답니다. 딱 한 챕터만을 지원하는 데모를 해본 후 사상게임이 주는 재미에 제법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정식발매가 있고 난 뒤 3일의 장고 끝에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해보기로 했답니다.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결과는 대만족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 게임은 큰 틀에서 두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파르티잔을 그려내고 있다는 겁니다. 파르티잔에 대해서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듯하여 사족을 달자면 국내에서는 그 이름에 유래해 ‘빨치산’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기를 통해 제법 알려지게 되었지요. 요즘은 덜합니다만 필자의 학창 시절만 해도 빨치산에 대한 향수나 낭만을 가진 이들이 제법 되었습니다. 그만큼 현대사와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빨치산은 공비(共匪)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했는데, 이는 공산비적―뜻은 공산주의자 도적 떼 정도 되겠습니다―의 준말로 멸칭에 가까운 말이기도 합니다. 실상 파르티잔은 비정규군으로 유견전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일켰는 말인데, 과거 공산권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기에 마치 공산권의 유격대만을 파르티잔으로 부른다고 알려지기도 했지요. 실제로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비정규군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한국전쟁기에는 반공 빨치산도 존재했다는 사실이 이런 점을 잘 알려 줍니다.

챕터를 진행하면서 적들의 심장에 피의 불벼락을 내릴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1941년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언제부터 보느냐는 다양한 견해가 있겠으나 왜 하필이면 1941년일까요? 아마 역사를 좋아하시거나 군사 쪽을 덕 있게 파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1941년은 독소전쟁이 발발한 해입니다. 즉 게임의 배경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소련의 국경을 넘으며 시작됩니다. 이런 점에 기인하여 게임이 진행되는 와중에 전쟁의 경과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인 지금도 공산주의라면 자다가도 깨서 손을 부들부들 떠는 분들이라면 안심해도 좋습니다. 상대는 자본주의자들이 아니라 나치거든요.

본 게임은 과거 ‘코만도스’ 시리즈와 비슷한 잠입 실시간 전술 게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나온 난이도 높은 잠입 액션 게임들과 궤를 같이합니다만 나치와 변절자들에게 불벼락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더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목재 바디의 볼트액션 총기에 이상한 낭만(??)을 가지고 있기에 더 취향 저격이기도 하겠습니다. 총알이 부족해서 마음껏 총질 할 수없다는 불만 섞인 리뷰들이 있는데, 빨치산인데 당연히 물자가 부족하지라며 겸허히 이해하고 넘어가기에 전혀 아쉬움이 없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의 조작이 불편하다는 리뷰들도 많지만 사상취향으로 몰입하고 극복하면 되는 문제라 역시 무방한 편입니다.

근거지에서 여러가지 미션을 진행할 수 있다

필자는 게임리뷰를 전문으로 하지 않기에 UI와 인터페이스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생략하도록 하고 어떤 것들이 취향에 맞았는가를 좀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모든 것은 사상취향에 의한 것이고 혼자 콘셉트 잡고 인형 놀이하듯이 하는 거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게임의 몰입도를 높인 점은 낙지(!)들을 향한 불세례(?)보다도 게임적으로 녹아있는 소소한 장치들이었습니다. 이런 부류의 게임이 의례 그렇듯이 각종 아이템을 필드에서 수급해야 하는데, 가장 특이한 것은 인민들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면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게임적 장치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실제 역사에서 민심을 잃은 무장 게릴라의 말로―예컨대 바더 마인호프 같은―가 어떠했는가를 생각하면 무척 재미있는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임은 시나리오 미션이 진행되는 챕터와 본거지에서 이야기 전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보급 투쟁을 벌이고, 선전을 통해 사기를 고취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요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겠습니다만 파르티잔이 했을 법한 행동을 보여 줌으로 작은 부분에서도 몰입도를 높여주기에 더욱 만족감이 느껴집니다.

주민들의 아이템을 마구가져가면 불이익을 당한다

게임의 난이도가 마냥 낮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주변에 배치된 사물을 이용하거나 대화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활용하면 마냥 어렵지만도 않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유사한 형태의 잠입 전략게임인 쉐도우 택틱스:블레이드 오브 쇼군에 비하자면 순한 맛이라고나 할까요? 필자의 경우 특히나 초반에 접하는 미션 하나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나치에 대항한 저항군들을 마을 광장에서 교수형에 처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원하러 가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션이 그것이었습니다. 도착하면 30분의 시간이 주어지며 광장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나치의 감시망을 숨어서 지나가야 하며 총소리 한번 내면 기다리던 다른 군인들이 벌떼같이 몰려들게 된다지요. 게다가 더 중요한 건 발각되면 미션이 무조건 실패한다는 조건은 더욱 긴장을 유발하게 만들더군요. 몸을 사리며 도착한 마을 광장에서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구해내라며 총질을 풀어 줄때는, 소싯적에 많이 본 운동판 공연의 단골 대사인 “유격대다!!”라는 외침이 절로 튀어나올 것만―물론 외치지 않고 컨트롤하기 바빴습니다―같기도 했습니다. 어떨 때는 실패 횟수가 점점 늘어 계속해서 저장한 게임을 불러와야 했지만, 퍼즐을 푼다고 생각하면 마냥 지겹지만도 않았습니다.

 

필자는 이 게임이 억압받는 자들이 저항을 위해 싸우며 작은 승리를 성취한다는 점에서, 제법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가 하고 자답해 봅니다. 혹시나 게임 불감증을 겪고 있거나, 새로운 게임을 찾으신다면 변절자와 나치들에게 피의 불벼락(?)을 내리는 파르티잔 1941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Written by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