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2>, 여름의 끝에서 다시 만난 ABBA의 선물

*이 글은 영화 <맘마미아!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이 다가오는 게 느껴질 때면 나는 <맘마미아!>를 꼭 본다. 내가 좋아하는 여름의 분위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통 여름의 분위기, 라고 하면 일본 서브컬처물에 익숙한 사람들은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어디선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풍경 소리, 무릎 뒤를 간질이는 산들바람 등을 먼저 떠올릴 테지만, 나는 역시 여름! 하면 바다!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다와 섬을 충실하게 담은 <맘마미아!>를 나의 ‘여름의 영화’로 삼아서 챙겨보는 편이다.

 

 

하지만 2018년에 개봉한 <맘마미아! 2>는 지금까지 보지 않았다. 일단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맘마미아!>의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니와 가장 중요한 메릴 스트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맘마미아!>의 총 관객수는 457만 정도를 기록했는데, <맘마미아! 2>의 총 관객수는 그 절반 정도인 229만에 그쳤다.

실제로 <맘마미아! 2>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면 실망했다는 평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도 조금 그랬다. 보면서 제일 의문스러웠던 것은 3명의 아빠인 ‘샘’, ‘빌’, ‘해리’가 과거 ‘도나’를 만났을 때의 설정이 바뀐 것이었다. 분명 1편에서 ‘도나’가 기억하던 ‘해리’는 강렬한 락커 스타일이었고 ‘샘’은 장발의 히피 스타일이었는데. 그 외에도 2편은 1편에 비해 구성이 산만해졌고, 서사도 약해졌다. 찾아보니 1편(필리다 로이드)과 2편(올 파커)의 감독이 달랐다. 아무래도 1편에 비해 2편은 원작이 없기 때문에 조금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네, 그러니까 이분들 어디 가셨냐고요?

 

그러나 원래 단점이란 것은 찾고 또 찾아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마미아! 2>는 <맘마미아!>를 사랑하던 관객들에게 좋은 선물이다. 비록 ‘도나’ 역의 메릴 스트립은 등장하지 않지만, 젊은 ‘도나’를 담당한 릴리 제임스는 출중한 노래 실력과 생기발랄함으로 빈자리를 부족함 없이 꽉 채운다. 메릴 스트립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그대로 내는 릴리 제임스의 연기력은 덤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빛을 내는, 너무 매력적인 릴리 제임스.

 

또한 <맘마미아! 2>는 부족한 세트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1편의 노래들을 가져오되 그걸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냈다. ‘Dancing Queen’의 경우 1편에서는 옛 남자들을 만나고 우울함에 빠져 있던 ‘도나’를 위로하기 위해 ‘타냐’와 ‘로지’가 불러주기 시작했다면 2편에서는 폭풍 때문에 엉망이 된 호텔 ‘벨라 도나’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던 ‘소피’에게 ‘빌’과 ‘해리’가 손님들을 불러오며 부르는 개선곡이 되었다. 1편에서 ‘소피’가 ‘도나’를 떠나 더 큰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불렀던 ‘I Have a Dream’은 2편에서 ‘도나’가 처음 이 여관을 찾았던 과거와 ‘소피’가 새롭게 개장한 호텔을 보여주는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주요 인물인 ‘소피’와 ‘도나’의 엄마와 딸 서사로 구성을 변주한 것이다. <맘마미아!>에서 ‘도나’와 ‘소피’가 부른 ‘I’ve Been Waiting for You’는 <맘마미아! 2>에서 ‘My Love, My Life’로 대체되었는데, ‘소피’를 낳은 과거의 ‘도나’와 아이를 낳은 ‘소피’, 그리고 영혼 상태로 남은 현재의 ‘도나’가 ‘소피’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많은 엄마와 딸이 눈물을 흘렸다던 그 장면. (저도 조금 울었읍니다.)

 

<맘마미아!> 원작 뮤지컬이 엄마를 위해 딸이 예매하는 작품이란 평을 얻었던 만큼 <맘마미아! 2>도 딸에게도 딸을 가진 엄마에게도 큰 의미를 갖는 내용이다. 아마 딸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모든 딸은 엄마랑 다르게 살고 싶어 하면서도, 엄마의 길을 따라간다. 그러나 결코 똑같이 따라가지 않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르게 따라갈 뿐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영혼 상태의 ‘도나’라도 그렇게 갈등을 겪었던 할머니 ‘루비’와 만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맘마미아! 2>에서 좋았던 것이 두 가지 있다. 초반 ‘해리’가 ‘도나’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불렀던 ‘Waterloo’에서 등장하는 휠체어 댄서이다. 무려 센터에 등장하여 화려한 춤 솜씨로 눈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영화에서 휠체어 댄서가 잠깐동안이라도 이렇게 강렬하게 등장한 적이 있었던가? 적어도 내가 봤던 영화에서는 없었다.

제대로 캡쳐하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

 

그리고 1편에서 등장하여 굉장히 얼굴이 익숙한 백댄서 분이 <맘마미아! 2>에서도 계속 나온다는 것이었다. 1편은 보신 분들은 이분을 기억하는가? ‘도나’와 ‘다이나모스’의 ‘Dancing Queen’에 홀려 사다리를 버린(!) 이 언니를! 이 언니가 2편에서도 계속 등장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가웠다.

 

1편에서의 이 분이

2편에서는 이렇게!

 

영화 <맘마미아!>를 사랑했던 내게 <맘마미아! 2>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1편의 깨알 같은 오마주를 찾는 재미도 있었고, 무려 셰어(!)가 부르는 ABBA의 노래를 들으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1970년대를 그리워할 수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의 ‘Super Truper’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꼭 봤으면 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어떤 배역의 젊은 시절과 나이 든 시절을 담당한 배우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면 눈물이 펑펑 난다. 가상의 인물이었지만, ‘도나 셰리던’과 ‘소피 셰리던’, 그리고 이 영화에 등장한 모든 이들이 영원토록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Written by 박복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