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계의 남녀 동일 임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밤새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가을인가 하다가도, 다시금 무더위를 겪고 있자면 아직 여름은 아쉬움이 남았나 봅니다. 엄혹한 조국의 현실(?!) 속에서 이야기할 당면 정세들이 산적해 있습니다만, 썸머 브레이크로 인해 다루지 못한 여성 스포츠계의 동일 임금 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3월 8일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미국 축구협회가 남녀 대표팀 간의 임금 불균형을 조직적으로 조장하여 성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UN 여성위는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한 명의 연봉이 여자 축구 7대 리그 1693명의 선수들의 연봉 총액의 2배에 달한다며 남녀 축구 선수의 임금 격차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지난 6월 7일부터 7월 7일까지 진행된 FIFA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미국팀은 관중들과 함께 ‘동일 임금’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이런 움직임 속에서 많은 여자 스포츠 선수들은 오래전부터 임금 격차 문제가 있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익히 예상하신 대로 해당 기사들의 댓글은 그야말로 분노의 도가니입니다. 요는 여자 스포츠가 재미없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창출하는 상업성이 달라서, 남자 선수들이 더 우월하기 때문에 등의 댓글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이 동일 임금 논란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는 많은 이들의 논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포츠의 특수성이 있으므로 동일 임금을 주장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걸까요?

 

우선 머릿속에서 스포츠를 지워보겠습니다. 그리고 남녀도 지워봅시다. 이제 여기 성별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명의 성(Surname)이 A이고, 한 명은 성은 B라고 합시다. 둘은 똑같은 일을 하지만 A가 더 많은 임금을 받아갑니다. 왜냐면 B의 성이 A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돈 주는 사람 마음이지 않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B의 입장이라면 불만을 가질 법도 합니다. 이제 성을 인종, 나이, 신앙, 성별 등으로 바꿔 동일한 경력을 가지고, 동일한 노동을 하고도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봅시다. 물론 불만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처지에 안빈낙도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이 만족한다고 해서 불평등한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시 저런 이유들로 차별을 겪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씀하신다면 아마 저와는 다른 차원에 사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음 저널 CONNECT>를 읽는 주요 독자들은 대부분 ‘동일 임금 동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헌데 여성 스포츠계에서 주장하는 ‘동일 임금’은 스포츠의 특성상 이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만약 스포츠에서 동일 노동을 동일한 급의 퍼포먼스로 본다면 이러한 의문은 확신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로 앞서 언급한 UN 여성위의 연봉 격차에 대한 보고는 어떤 이들로 하여금 분노마저 표출하게 합니다. 하지만 분노에 앞서 간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리오넬 메시가 보여주는 폭발적인 퍼포먼스와는 별도로 7개 리그의 여성 선수들을 합친 급여의 두 배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 축구선수들이 받는 연봉이 남성 축구선수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각 리그별 상황과 각 구단의 재정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겠고, 이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분노를 표하는 이들은 ‘동일 임금’이라는 말에 꽂혀 시장의 규모와는 별도로 분명하게 존재하는 불공정한 임금현 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유사한 급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동일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상 어폐가 있습니다. 퍼포먼스가 현저히 떨어지더라도 경기 외적으로 주목받는 선수들이 존재하기도 하거니와, 반드시 어떤 인상적인 활약이 반드시 수치화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경우 동일 임금을 이야기하는 배경은 동일한 위상을 가진 대회라 하더라도 성별에 따라 상금 차이가 현저히 발생한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비단 인기의 문제이며 어쩔 수 없는 시장의 문제일까요?

 

예를 들어 축구의 경우 각 구단과 리그의 재정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지언정 동일한 지역에서의 남녀 팀의 임금 격차는 시장의 규모와 주목도에 따른 결과라고 말합니다. 일견 자본주의적인 시장선택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 스포츠는 남자 스포츠 규모만큼 보상과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여자 스포츠가 인기가 없기 때문에 임금이 적은 것이라는 말은 정답일 수 없습니다. 당장 동일한 위상의 국제 대회 등의 경우 상업적인 측면에서 주최 측의 이윤 창출이 선수들에게 돌아갈 보상을 줄이는 것으로 충당된다는 것이 문제인데, 마냥 자선 사업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야말로 협회나 구단이 알아서 충당해야 할 문제이지 우리가 걱정할 일이 아닌 듯합니다.

 

얼마 전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동일 임금 문제를 찬성하는 스포츠 칼럼을 쓴 기자가 한 명 있습니다. 이후 인터넷에서 이 기자의 글은 아무리 좋은 기사여도 거르는 분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자 스포츠가 당연히 인기 없고 재미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남자 스포츠와 동등한 임금 혹은 상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들이 누리던 당연함이 사회적으로 깨지는 현실 속에서, 자신들이 겪는 남녀갈등을 이 문제에 투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불합리함과 불평등함을 극단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우리들은 타인의 싸움에 연대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토록 적대적인 것은 아닐까 합니다.

 

Written by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