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잘 살고 싶습니다, 환경 그림책에 대해

더위가 찾아왔다. 더위와 함께 벌레들도 찾아왔다. 해충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어느 약이 더 강력한가 꼼꼼히 비교하고 주위에 사용 후기를 묻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벌레를 죽게 만드는 약이 우리에게는 해롭지 않을까 걱정이다.

 

똑똑한 나라 사람들도 모기 싫어 섬 사람들을 위해 아주아주 센 ‘초강력 모기약’을 발명했다. 약을 뿌렸더니 모기들이 바로 툭툭 떨어져 죽는다. 정말 완벽한 발명품이라 할 만 하다. 모기들이 마구 떨어지자 도마뱀들이 신이 났다. 날름 짭짭, 맛있게도 먹었다.

그런데 다음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도마뱀들이 꼼짝을 못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고양이들만 신이 나서 도마뱀을 실컷 먹었다.

다음날은 어떻게 되었을까? 예상대로다. 고양이가 꼼짝을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쥐들만 신이 났다. 쥐들은 불어나고 불어나서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문제를 알아차렸다. 이게 다 ‘초강력 모기약’ 때문이구나.

모기 싫어 섬 사람들이 데모를 시작했다. “초강력 모기약 반대!”

똑똑한 나라 사람들은 오랫동안 회의를 했다. 초강력 쥐약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다행히 사람들은 방법을 찾아냈다. 모기 싫어 섬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는 초강력 모기약을 쓰지 않았다.

『아주아주 센 모기약이 발명된다면?』(곽민수 쓰고 그림, 숨쉬는 책공장)이라는 책의 내용이다. 과학은 발전하고 사람들은 더 쉽고 더 깨끗하고 더 좋은 생활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이 때로는 스스로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환경 문제라고 하면 이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 이 섬은 알록달록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알록달록한 것들은 조금씩 강을 따라 흘러오기도 하고 태풍이나 해일로 가득 몰려오기도 한다.

동물들은 처음에는 알록달록한 것들에 놀라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물고, 쓰고, 덮어 본다. 그래서 때로는 알록달록한 것 안에 갇히거나 먹이와 함께 삼키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끔 치우려고 하지만 더 많은 양이 점점 쌓인다.

이 섬은? 바다 한 가운데 생긴 ‘플라스틱 섬’이다.

『플라스틱 섬』(이명애 쓰고 그림, 상출판사)은 플라스틱 섬에 사는 동물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현실 문제를 알리고 있다.

사람들이 매일 쓰고 버리는 알록달록한 물건들, 너무나 익숙해져서 없으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생각하기도 어려운 그 물건들.

그런데 그 물건들은 쓰고 나서 결국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혹시 안다고 해도 당장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아름다운 우리 지구』(토네 사토에 쓰고 그림, 엄혜숙 옮김, 봄봄)의 펭귄들처럼 우리도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게 되지 않을까.

84마리 펭귄 가족이 날씨가 따뜻해져서 얼음이 녹는 바람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 살 곳을 잃었지만 그래도 분명 더 살기 좋은 곳이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남쪽에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가보았지만, 직접 가보니 너무나 더러워서 살 수가 없었다. 다음은 동쪽에 아름다운 풀밭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떠난다.

하지만 역시 그곳도 공장 때문에 공기가 더러웠다. 서쪽에 아름다운 꽃밭이 있다는 곳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꽃은 한 송이도 없고 삭막했다. 이제 다음에는 북쪽의 아름다운 나무 집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역시 죽은 나무들밖에 없는 곳이었다.

이젠 어떻게 하지? 아름다운 지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펭귄들은 살 곳이 없어서 슬퍼한다. 하지만 슬퍼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아름다운 지구를 기억하는 펭귄들은 그 지구를 다시 만들기로 마음 먹는다.

84마리 펭귄의 숫자는 1997년 교토에서 채택한 교토의정서(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한 나라의 숫자다. 작가는 환경을 나 몰라라 하는 어른들이 아닌 어린이들에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자고 말을 건다.

분리수거를 한다거나 전기와 물을 아끼는 것들부터 시작하자고.

우리는 펭귄들처럼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아주아주 센 모기약이 발명된다면?』의 똑똑한 나라 사람들처럼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 과거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되더라도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들도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른들도 어떤 것부터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부터 비닐랩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함께 잘 살고 싶다.

 

Written by 한일그림책교류회 강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