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더 좋은 그림책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 방법!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로 더워야지 올해처럼 더우면 길을 떠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최대한 무서운 영화를 찾아서 보거나 그림책을 본다.

더울 때 무서운 영화를 본다면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더울 때 왜 그림책이냐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을 위해 멋진 여름 그림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여름이라서 더 좋은 그림책

『달샤베트』(글, 그림: 백희나, 책읽는곰)

무심코 입에서 “너무너무 덥다. 정말 덥다.” 라는 말이 흘러 나오고 에어컨이 돌고 있나 확인을 하고 나면 “달샤베트!” 가 떠오른다. 나에게도 달 샤베트가 필요해.

아주아주 더운 날 밤, 너무너무 더워서 잠도 오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밤.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은 모두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에어컨을 쌩쌩 선풍기를 씽씽 틀고 있다.

얼마나 더웠던지 달이 녹아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달물을 대야에 받은 반장 할머니는 달물을 샤베트 틀에 넣어 얼린다.

에어컨이 쌩쌩 선풍기가 씽씽.

전기를 너무 썼나 정전이 되고 말았다.

세상 모두 깜깜한데 반장 할머니의 집에서만 노란 빛이 새어나온다.

그건 바로 달빛. 반장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샤베트를 나눠준다.

달샤베트를 먹은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더이상 덥지가 않다.

모두 에어컨과 선풍기는 끄고 문을 활짝 열고 평화롭게 잠이 든다.

나 역시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

달이 사라져 곤란해진 옥토끼들이 반장 할머니 집에 찾아온다.

반장 할머니는 어떻게 옥토끼들을 도왔을까?

『여름 안에서』(글, 그림: 솔 운두라가, 번역: 김서정, 그림책 공작소)

201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 도서 가운데 내용은 물론, 디자인, 편집, 장정 등을 평가해 최고의 책에게 주는 상) 대상 작품.

더울 땐 바다! 바다하면? 『여름 안에서』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여름의 바닷가를 잘 보여준다. 커다란 판형이라 그럴까 나 역시 책속 바다에 함께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리얼한 그림체도 아닌데 묘한 기분이다.

새벽, 바다에 해가 떠오르고 어부들이 분주해진다. 어부들이 지나간 바다에는 피서객이 몰린다.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물 밖에 있을 수 없는 시간을 지나 해가 기울면 사람들은 점점 줄어든다. 한적한 한밤중은 쓸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해가 떠오르면 다시 분주한 바다로 돌아간다.

『우리가족 납치사건』(글, 그림: 김고은, 책읽는곰)

회사 일에 집안 일에 학교 공부에・・・・・・ 갖은 책임감에 짓눌려서 잠시라도 쉬면 큰일 날 것 처럼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쉬어 가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

출근 시간 지옥철에 타려고 기다리던 전일만 씨. 사람들에게 떠밀려 지옥철에 오르지도 못한다.

그리고 가방에게 납치를 당했다.

전일만 씨를 꿀꺽 삼킨 가방은 혼자 표를 끊고 간식도 사서 기차여행을 즐긴다.

가방 속에서 전일만 씨가 회사에 가야 한다고 외쳐도 들은 척도 않는다.

가방이 전일만 씨를 뱉어낸 곳은 아무도 없는 바닷가.

아침에 가족을 챙기고 집안 일까지 말끔히 끝낸 나성실 씨.

회사에 가려고 현관문을 나섰다가 치마에게 납치를 당했다.

훌러덩 뒤집어져 나성실 씨를 싸안고 날아가다가 내려 놓은 곳은 전일만 씨가 있는 바닷가.

학교에서 수학 문제를 풀던 나, 전진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숫자가 풍선 바람 빠지듯 빠져나가면서 휘익 날아가 도착한 곳은 전진해 씨와 나성실 씨가 있는 바닷가.

그렇게 가족 모두는 모든 것을 잊고 신나게 논다.

그래도 별일 없었다는 훈훈한 마무리.

아・・・・・・ 제 가방과 치마는 뭐하나요 납치 좀 해주세요.

『할머니의 여름휴가』(글, 그림: 안녕달, 창비)

나이가 들고 혼자라고 여름을 재미없게 보낼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길.

고장난 선풍기. 바람도 한점 없는 날.

바다에 다녀왔다며 까맣게 피부가 그을려 온 손자가 소라 껍데기를 선물한다.

“바닷소리를 들려 드릴게요.”

소라에 귀를 대자 바닷가 풍경이 그려진다.

할머니는 힘드시니까・・・・・・라며 손자와 며느리가 돌아간 후,

소라 껍데기에서 부스럭부스럭 꽃게 손님이 나왔다.

꽃게를 쫓던 메리가 소라 껍데기 속으로 쑤욱~

다시 나타난 메리 몸에서는 바다 냄새가 난다.

할머니는 수영복을 꺼내고 양산과 돗자리를 챙기고 수박 반쪽을 잘라서 소라 껍데기 속으로 떠난다.

조용하고 시원한 바다에서 동물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기념품 가게에서 바닷바람 스위치를 사서 돌아온 할머니.

그을린 피부와 바닷바람이 나오는 시원한 선풍기까지.

할머니의 멋진 휴가에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수박 수영장』(글, 그림: 안녕달, 창비)

얼마전 일본에서도 번역 출판된 『수박 수영장』은 여름철 과일 수박을 좋아하는 분들께 항상 인기가 많다.

달콤하고 향긋하고 시원해서 더위를 날려주는 수박이 수영장이라니!

거기서 수영을 한다니!  그 생각만으로도 신난다.

잘 익은 수박이 쩍하고 반으로 잘리면

수십 명이 족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수박 수영장의 완성.

수박 수영장이 개장했다는 소문이 돌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몰린다.

한창 수박 수영장을 즐기고 나면 구름장수가 온다.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낙엽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텅빈 수박 껍질만 남는다.

내년에 다시 만나요.

여름에 안녕을 고하는 『수박 수영장』의 인사를 보고나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도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후회하지 말고 여름이라서 더 좋은 그림책을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그럼 왜 더위에 그림책인지 이해하실 테니까.

Written by 한일그림책교류회 강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