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스토리’를 보고 – 여성영화상영회 보라

*이 글은 인문학공동체 이음 여성주의위원회에서 진행중인 여성영화상영회 보라 사업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여성주의위원회 사업에 참여하게 되어 기대가 컸는데, 영화가 다 끝난 뒤에는 역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허스토리’ 예고편 내용만 보았을 때는 국가주의 등 기존의 방식으로 위안부와 정신대 등의 여성폭력 문제를 풀어나가는 영화인 것 같아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렇게 잊고 지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 이음을 통해서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보게 되었고, 지금은 이 영화를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 걸 다행으로 여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흥미로웠던 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 위안부 문제와 정신대 문제를 같이 다룬 것이다. 그걸 보면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이 문제를 주제로 삼은 많은 영화들은 위안부 문제만을 다루어서 노동착취를 당한 정신대 피해자들을 극에서 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정신대 피해자를 중요 인물 중 한 명으로 다룬 것이 좋았다. 물론 주인공인 위안부 피해자의 삶이 주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신대 문제도 나름 심도 있게 다루어져서 다행이었다.

두 번째로,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피해자 중에 위안소를 관리한 경험이 있는 분이 나오는데, 주인공 문정숙 사장(김희애 분)은 초반에는 이 분에게 화를 내지만 추후에 이 분도 피해자임을 인식하며 같이 싸우자고 건의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자발적으로 갔던, 성노동임을 알고 갔던, 어느 정도 국가폭력에 가담했던, 자신이 원치 않는 성폭력에 노출되었으면 모두가 피해자이며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말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로 국가주의.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 사안을 민족·국가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순간, 타 국민의 성폭력 피해에는 둔감해지고 피해자의 기준이 무조건 ‘순진한 모습’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기준들은 궁극적으로 피해자를 대상화시킨다고 보기에, 전쟁·제국주의의 참상으로 다룬 관점이 괜찮다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삶을 통해 현재 한국사회와 과거 한국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잘 보여줬다. 문정숙 사장이 운영하는 여행사는 성매매 관광을 주 수입으로 삼았고, 들통 나자 이를 추진한 직원을 해고했다. 이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 경제 발전에 많은 여성들의 노고, 혹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모습을 보고 재일동포 변호사인 이상일 변호사(김준한 분)가 한 말, ‘대표는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같이 물어야 한다’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듯하다.

‘허스토리’는 같은 주제의 다른 영화들이 놓치거나 배제한 사안을 넣음으로써, 전쟁 피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세심한 영화다. 그리고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6.25 전쟁 중의 한국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하여, 다른 전쟁 피해 문제를 어떻게 이슈화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앞으로 전쟁 피해 문제를 이 영화 ‘허스토리’처럼 적절히 잘 다루는 극이 많아졌음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꼭 ‘허스토리’를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면서 글을 마친다.

Written by 김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