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대통령, 그 이름 ‘버락 오바마’

내 마음 속의 대통령, 그 이름 ‘버락 오바마’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추문이 불거지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다음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대다수의 전망 때문인지, 연일 SNS에서 퇴임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짙은 향수 속에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탈권위와 소통, 정치적 올바름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회자되는 전임 대통령. 이쯤 되면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마음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이 떠올리는 ‘그 분’이 아니라 ― 사실은 이미 제목을 보고 눈치 챘을 테지만 ―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회의원이나 외국의 국가수반 등 권력 앞에서 ― 실질적으로 누가 지구상에서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 굴하지 않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고 싶다는 아이에게는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모습에서, 그의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부인이 비를 맞든 말든 혼자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아내인 미쉘 오바마에게 우산을 건네주고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모습 등을 보면서, 누군가는 ‘예전에 한 번 가져본 적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잃어버린 대통령’과 오버랩 되는 무언가를 느낄지도 모른다고 감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된다.

심지어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를 지지하며 나섰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 그의 주가는 더욱 치솟고 있는 듯하다. 아뿔싸. 심지어 이 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정말로 그가 요새 말로 ‘힙하고 쿨한’ 대통령이었는지, 그의 행정부가 그렇게 좋기만 한 곳이었는지, 잠시 환호를 멈추고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없을지 조심스레 반문 해본다.

미 대통령사에 길이 남을 역대 최고의 전쟁광은?

 

이쯤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샛길로 벗어나 보도록 하자. 당신이 아는 미국 대통령 중 역대 최고의 전쟁광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 머리를 굴려보면 여러 사람이 떠오를 테지만 가장 최근의, 근 10여년의 행적을 톺아보라고 조언을 드리면 아련히 떠오르는 한 남자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악의 축, 대량살상무기, 외과수술과 같은 정밀 타격, 주옥같은 말을 만들어내며 자신들이 수행하는 전쟁을 감히 “성전”이라고 대중 앞에서 표현하던 남자. 2013년 3월 5일 작고한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 우고 차베스로부터 지옥의 유황불 냄새가 나는 사람이라며 비난받은 네오콘의 수장, 대를 이어 이라크를 폭격한 미국의 43대 대통령 조지 워커 부시는 과히 ‘전쟁광’이라는 수식어가 지나치지 않을만한 인물이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소말리아에 폭탄을 퍼부었다. 그렇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그를 북한 공인 “불망나니”이자 “인간추물”인 부시 전 대통령과 견주어 본다는 건 일견 무례한 처사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소말리아는 물론 예멘과 리비아, 시리아 등 7개국에서 전쟁을 수행했다. 심지어 2009년 1월 20일부터 2017년 1월 20일까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8년 동안 미군은 단 하루도 전쟁을 멈춘 적이 없었다.

 

2016년 한 해 동안 투하한 미군의 폭격 추이

(단위: 회)

시리아 12,192
이라크 12,095
아프가니스탄 1,337
리비아 496
예멘 34
소말리아 14
파키스탄 3
합계 26,171

 

작년만 해도 미군은 오마바 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7개국에 총 26,171 차례의 폭격을 가했다. 영국의 매체 가디언지의 분석을 인용하자면, “미군은 그들이 교전중인 해외의 적이나 민간인들을 향해 지난 한 해 동안 매일 72회씩, 매 시간마다 3차례씩 폭격을 가했음을 의미”한다.

미군은 2015년보다 3,057발의 폭탄을 더 투하했으며, CFR의 분석에 따르면 총 24,287회, 79%의 폭탄을 퍼부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경우 집속탄 등의 사용으로 실제 투하된 폭탄의 양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전쟁을 종결 짓겠다고 확언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15년에 비해 공습이 390회나 더 증가했다. 실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 까지 아프가니스탄에는 8,400명 가량의 미군이 주둔하며 전쟁을 수행했었다. 또한 2011년 무아마르 알 카다피를 축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에 의한 리비아 공습 횟수 역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7개 국가에 퍼붓는 폭장량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미국이 자국과 전 세계의 안전을 위해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이지 않느냐?”며, “이 세상에서 전쟁을 아예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당신을 위해 오마바 전 대통령에 대한 조금 더 충격적인 진실을 살펴보도록 하자.

2013년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론을 통한 공습 작전에 대한 어떤 정보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내부고발자에 의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미군은 소말리아와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에서 공습작전에 드론이 사용되었음이 밝혀졌다.

내부 고발 이후, 오바마 정부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리비아에서 드론에 의한 오폭으로 발생한 민간인 피해는 최소 64명에서 최대 116명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군의 드론 폭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The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최소 380명에서 최대 801명까지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으며, 이 수치는 최소 추계로도 미국 정부보다 6배 이상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2016년까지 기간을 확대하면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449명에서 최대 963명이며, 이 중 유아 사망자는 최소 98명에서 139명에 이른다.

 

 

드론 오폭으로 인한 사망 누계*

(단위: 명)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사망

(최소/최대)

257/643 65/101 3/12 124/207
유아 사망

(최소/최대)

66/78 8/9 0/2 24/49

 

또한 내부고발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게시물 등을 근거로 국적을 불문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2013년에 469,000명의 잠재적 테러리스트 명단을 작성했고, 이중 오직 4,900명만이 법원에 의해 기각 당했다. 이 과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해당 명단에는 이미 사망한지 오래 전인 오사마 빈 라덴의 이름이 한참 동안 삭제되지 않은 채 올라가 있기도 했다.

한편 2011년 10월 14일, Abdulrahman al-Awlaki는 야외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가 드론 폭격으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오폭이 아니었다. Al-Awlaki는 그의 아버지가 알카에다의 아라비아 반도 조직책 중 한 명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정과 테러리스트일 듯한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고, 결국 ‘버락 후세인 오바마 주니어’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암살 명령에 의해 살해되었다. 당시 16세였던 Abdulrahman al-Awlaki는 무고한 예멘계 미국인이었다.

 

 

그래도 “오바마 님이 최고시다”는 당신에게

 

다시 미국의 현 대통령인 드럼프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지난 1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 이민 행정명령의 대상 국가는 시리아, 이라크,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7개국이다. 당신의 기억력이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더 좋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매우 신중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잠재적 테러위험 국가 7개국 중 오바마 전 대통령이 폭격을 자행한 나라가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을 재차 상기시켜주고 싶다.

물론 어떤 과오 때문에 정치인이 세운 공적들이 빛을 바랠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니면 의도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명백히 자행된 참상에서 눈을 돌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한 번쯤 스스로에게 자문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우연히 그들은 무슬림 국가에서 무슬림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매일 폭탄 세례를 받고,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고, 당신 역시 그저 우연히 그런 위험에서 한발짝 비켜선 채 태어났을 뿐이다.

만일 당신이 “다시 태어나는 방법 같은 건 없으니 그런 가정은 무의미하다”며 애써 현실을 내세운다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무감각한 당신이, 아마도 오바마 전 대통령을 흠모하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를 극렬하게 비판하고 있을 당신이 미국의 현 대통령과 얼마나 결이 다른 사람인지 한 번쯤 고민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감히 이야기해보고 싶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더 이상 오바마 전 대통령이 ‘쿨하고 멋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신도 그러한가? 아니면 여전히 그는 당신 마음속의 영웅인가? 오늘도 SNS에 흠모의 글을 끼적이고 있을 당신께 정말이지 이런 질문을 올리고 싶은 밤이다.

 

Written by 박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