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보내며

2014년 말미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렵싸리 2016년을 마무리하는 때가 왔습니다.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이 일, 저 일 도맡아 오면서 온전히 한 단체의 ‘대표’라는 입장에서 처음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재벌총수 청문회에 삼성 부회장 이재용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대로 저도 덕이 부족하고 능력이 일천하여 단체가 번성하지 못함을 지면으로나마 단체를 지지하고 격려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미력하나마 올 한해를 정리하는 시점에 인문학공동체 이음이 어떠했는가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올해는 누구나 예전보다 더 다사다난했다고 말하지 않을까 합니다. 올 한해의 주요한 이슈로 저는 ‘여성혐오’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작년 진보진영 내의 데이트 폭력 사건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하게 했고, 더군다나 이 간담회를 통해 내부적으로 여성주의에 대한 합의나 이해도가 천차만별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여성주의 세미나나 토론회 등을 진행하게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메갈리아를 필두로 한 여성혐오 논쟁은 뜨거운 화두였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에게도 단체에게도 여전히 여성주의는 큰 화두이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동안 세월호 2주기가 있었고 지난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전국이 뜨거웠고 국회는 결국 탄핵소추안을 발휘하기 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리도 깃발을 들고 이 대열에 동참했습니다만 여전히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사회적으로, 그리고 단체 내적으로도 계속해서 싸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문학공동체라는 단체를 규정하는 수식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는 곳’ 혹은 ‘가방 끈이 길지 않으면’ 함께 하기 힘든 곳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올 한해 문화프로그램이나 기행 등을 진행하려 했지만 여력의 부족으로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 또한 많은 안타까움으로 남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바탕으로 이음새 마디모임을 진행했고 우리의 현주소와 과제를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이야기 하고 논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서로가 각자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의 인문학공동체 이음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인문학’이 꼭 거창한 이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도 아닐뿐더러 삶의 영역에서 빗어지는 모든 일들이 인문학적인 것인 것이라 감히 자신하기에 여전히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대통령 덕에 시끄러운 때입니다. 한편으론 이런 소동 덕에 국내외의 더 많은 일들이 거론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추운 겨울 수많은 실업자들이 양산될 것이고, 이런 여파는 인문학공동체 이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합니다. 작년 제주 4.3기행을 갔을 때 강정마을 활동가들에게 어디에서 온 무슨 단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단체가 작기도 하고 말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곁에 계신 이사님께 ‘단체가 부끄러우면 왜 만든 것이냐?’라는 질책을 들은 후에야 어디서든 인문학공동체 이음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많은 회원들이 자신있게 ‘우리가 무엇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우리는 많이 초라합니다. 올해를 발판으로 내년에는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우리를 만들어 내는데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회원들과 인문학공동체 이음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고 격조한 점 항상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은 2016년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엔 더 증액한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Written by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