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 이대로 좋은가?

1. 후쿠시마 핵 폐수는 왜 자꾸 나오는 걸까?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는 원래 해발 35m 높이에 건립될 예정이었다. 1967년, 도쿄전력(TEPCO)은 계획을 바꾸어 원자로를 해발 10m 지점에 건설하고, 비상용 디젤발전기는 그보다 14m 더 아래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원전 부지가 물이 빠지기 쉬운 충적단구(沖積段丘)인데다 원자로도 낮은 곳에 설치되었기 때문에 원자로 건물에는 날마다 850톤가량의 지하수가 흘러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원자로를 건설한 이유는 해발 10m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냉각수로 사용하고 저지대로 고이는 지하수를 막는 비용이, 해발 35m 높이에서 펌프로 바닷물을 공급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감지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자동으로 셧다운됐다. 지진의 여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자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비상발전체계가 작동했다. 곧 15m 높이의 지진해일이 발전소를 덮쳤고 원자로와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침수됐다. 비상전력이 차단되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됐다.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해 수백 개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렸다. 노심용해(Meltdown)가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인류 최악의 환경재앙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와 함께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 최고 단계인 7단계, 심각한 사고(Major Accident)로 기록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사고 이후 수습 과정에서 ‘핵 폐수(Radioactive Wastewater)’가 큰 골칫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최소 150톤가량(집계에 따라 170~200톤 이상)의 핵 폐수가 날마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원전 안에 남아있는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계속 주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2019년 10월, 김성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평가실 책임연구원은 “매일 증가하는 오염수 170톤 중에 냉각수는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100톤은 원전 건물로 직접 유입되는 지하수이고, 나머지는 원전 건물 주변의 지하수나 원전 해체 작업 중에 생긴 액체 폐기물 등이라고 핵 폐수 생성 원인을 밝힌 바 있다.

 

반세기 전에 안전보다 비용을 선택한 도쿄전력의 결정 때문에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다 같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2. 도쿄전력의 상습적인 거짓말

 

지난 8월 25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이 앞다투어 “일본 수산물이 걱정되면 세계 모든 수산물 먹을 수 없다”라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BBC의 전 일본 특파원 루퍼트 윙필드가 자신의 X(트위터)에 남긴 사적인 견해를 두고, ‘외신기자도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가 문제없다고 말했다’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에 우호적인 윙필드 기자조차도 도쿄전력은 거짓말쟁이(“I’m not a fan of TEPCO. They lied and obfuscated for years after the disaster.”)라며 자신의 X에 사견을 올린 바 있다.

 

후쿠시마 핵 폐수 양산의 주역인 이들의 거짓말 이력은 무척 화려하다.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 이후 핵연료봉이 녹는 ‘노심용해’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5년간 거짓말을 해왔다. 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지지 않는 핵종이 있다는 것도 은폐했고, 오염물질 여과 필터 25개 중 24개가 손상된 사실 역시 감추었다. 투기 기준치를 넘는 삼중수소가 포함된 핵 폐수를 매일 100톤씩 몰래 바다에 버린 적도 있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인재(人災)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자연재해일 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핵 폐수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거짓 변명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도쿄전력은 사고 당시 수습 대신 회사 차원에서 철수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간 나오토 당시 일본 총리가 이를 저지하자 도쿄전력은 책임회피를 위해 플루토늄 유출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기까지 했다.

 

IAEA는 상습적인 거짓말을 일삼는 도쿄전력의 주장과 자료를 근거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 폐수 투기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라고, 스스로 면죄부를 준 건 덤이었다.

 

2023년 8월 24일, 13시 3분에 IAEA 최종보고서를 근거로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핵 폐수를 바다에 투기하기 시작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핵 폐수는 약 134만 톤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30~40년 정도 지나면 핵 폐수 투기가 완료될 거로 전망했고, 언론은 이 말을 받아 적기 바빴다.

 

하지만 30년은 낙관적인 전망일 뿐이다. 2023년 8월까지 생성된 핵 폐수를 전부 투기하는 데 대략 30여 년이 걸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원전 지하에는 녹아내린 핵연료(약 880톤)가 주변 구조물과 뒤섞여서 ‘데브리(Debris)’ 상태로 남아 있다. 날마다 유입되는 지하수가 ‘데브리’와 반응하여 끊임없이 핵 폐수가 생성되는 중이다. 하루에 100톤씩 핵 폐수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가정하면, 30년 뒤에는 핵 폐수 100만 톤을 더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가지 작은 문제는 도쿄전력에 핵연료를 치울 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30년 뒤에도 도쿄전력이 아무런 대책이 없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이다. ‘데브리’ 상태인 핵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핵 폐수 해양 투기는 30년이 아니라 30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막지 않는다면 말이다.

 

3.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는 안전한가?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에 따른 안전 문제가 논란이다. 진영과 입장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곡학아세를 서슴지 않는 학자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핵종제거장치로도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두고도 설전이 오간다. 스트론륨-90, 루테늄-106, 아이오딘-129, 안티모니-125, 세슘-134, 세슘-137 등 다른 핵종이 더 큰 문제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전문가들의 주장과 근거를 인용해서 하나하나 다 검증하면 무척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지면도 시간도 여의찮다. 그러니 두 가지 층위에서 안전성 여부를 점검하고자 한다.

 

첫째, 핵 폐수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입장과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6월 16일, 일본 국내에서 “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가 안전하다면 생활용수로 재이용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처리수의 삼중수소 규제 기준을 준수할 때까지 물로 희석하면 마셔도 방사선에 의한 건강상 영향은 없다”라고 공표했다. 동시에 “적극적으로 피폭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핵 폐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는 대신 바다에 투기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7월 4일, 미국 국무부는 일본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비서실장을 지낸 주일미국대사 람 이매뉴얼은 핵 폐수 투기를 지지하기 위해 지난 8월 31일, 후쿠시마산 회를 먹는 ‘먹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 뉴욕주 의회는 지난달 8월 18일에 “원자력 발전소 폐기와 관련된 배출을 제한함으로써 허드슨강을 보호”하기 위해 『인디언 포인트의 폐수로부터 허드슨강을 보호하는 법안안(S.6893/A.7208)』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률의 통과를 알린 뉴욕주의 공식 보도자료에는 주 의회 의원들의 발언을 인용하여 “방사성 폐수(Radioactive Wastewater)를 배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둘째, 냉각수와 핵 폐수의 차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전문가에 따르면, 사고가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원자로에는 핵연료가 녹거나 흩어지지 않고 고체 형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핵연료를 피폭제가 감싸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둘러서 겹겹으로 보호장치를 만든다. 그리고 증류수에 가까운 물로 핵연료의 온도를 낮춘다. 이렇게 배출된 물을 ‘냉각수(Coolant)’라고 한다.

 

반면에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에는 이러한 보호장치가 모두 파괴되어 제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880톤에 달하는 녹아내린 핵연료가 주변과 섞여 생성된 ’데브리‘에서는 강력한 방사선을 내뿜는다. 인간은 다가갈 수조차 없고, 로봇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고장 나 버린다. 그 ’데브리‘에 지하수와 빗물, 해수와 온갖 불순물이 뒤엉키며 생성된 게 바로 ‘핵 폐수’이다.

 

누군가는 핵 폐수가 위험하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무해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말로 그런가? 아주 오래전, 불로장생을 위해 사람들은 수은을 섭취했다. 우라늄보다 300배 강한 방사선을 내뿜는 라듐을 치료제나 건강보조제처럼 사용한 적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위험하다고 증명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예는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핵 폐수 해양 투기는 위험한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4. ‘날개 달린 말(Epea Pteroenta)’이 부리는 마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 폐수를 처리하는 다핵종제거설비를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의 앞 글자를 따서 ALPS라고 부른다. 도쿄전력이 단언하는 다핵종제거설비의 여과 처리 능력이 사실인지는 둘째치더라도, 이걸 들을 때마다 대부분은 유럽의 ‘알프스산맥’을 떠올릴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익숙한 알프스산맥의 이미지는 대략 녹음이 우거진 벌판 위로 흰 눈이 내린 산봉우리가 겹겹으로 서 있고, 그 위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그런 목가적인 풍경일 것이다. 이쯤이면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ALPS의 명칭이 알프스산맥의 이미지처럼 깨끗한 “처리수”를 여과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처리수”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 폐수가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그러는 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이 “처리수”를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하자고 한 점은 무척 겸연쩍은 일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와 야당 등에서 사용하는 “오염수”라는 표현 대신 “처리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더니, 지금은 “오염 처리수”로 한발 물러난 모양새이다. 다만 “처리수”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공식 용어이며, ‘오염수’는 불안을 일으키고, “핵 폐수”는 선동용 괴담이라는 점 등을 들어 정부에 공식적인 용어 변경을 건의한 상태이다.

 

국민의힘 측 주장대로 “핵 폐수(Radioactive Wastewater)”가 선동용 표현이라면 CNN과 NBC, CNBC와 NPR, 뉴욕 타임스와 AP 통신 같은 서방 주요 언론과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과학잡지 사이언스 등은 전부 괴담을 유포하는 집단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안은 다소 다르지만, 법안에 “핵 폐수”를 명시한 뉴욕주 정부와 주의회 역시 선동 단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선동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괴담을 유포하고, 불안을 조장한 어느 선동 집단의 과거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2020년 10월 20일, 당시 제주도지사이자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인 원희룡은 “후쿠시마 오염수 단 한 방울도 용납할 수 없다”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같은 달 26일,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김기현은 국정감사에서 다핵종제거설비로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없고, 이것이 각종 암을 유발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 해 지난 2021년 4월 14일, 국민의힘 소속 부산광역시장 박형준은 “부산광역시는 대한민국 최대 해양도시로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방사능 논란에도… 日 원전 오염수 투기 결정”이라는 기사를 내어 “일본의 오염수 정화 설비로는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한다”라고 핵 폐수 투기를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8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1+1을 100이라고 하는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라며 핵 폐수 투기를 반대하는 여론을 향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곧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5. 그래서,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 이대로 좋은가?

 

1993년, 러시아가 방사성폐기물을 블라디보스토크 남동쪽 해상에 투기하다가 적발됐다. 이에 일본 국민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스시를 먹게 됐다”라고 분노하며 주일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연일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일본 정부는 즉각 핵폐기물 투기 중지를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결국 일본 정부의 주창으로 같은 해 런던협약이 개정되어, 1994년 2월 20일부터 방사성 폐기물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되었다.

 

그리고 2023년 8월 24일, 일본 정부는 바다에 후쿠시마 핵 폐수를 투기하기 시작했다. 핵 폐수는 인체에 무해하며 일본의 모든 수산물, 심지어 후쿠시마산 해산물 역시 안전하기 때문에 수입 금지 조치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핵 폐수 투기에 반대하는 각국을 향해서는 비과학적 내지 과민반응이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를 고집하는 까닭은 안전 때문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인 “알프스(ALPS) 소위원회’ 사무국은 지층 주입, 지하 매설, 수소 방출, 수증기 방출, 해양 방출 등 다섯 가지 오염수 처리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가 이 가운데 해양 방출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해양 방출 비용은 약 34억 엔(약 340억 원)으로 다른 방안에 비해 10배에서 100배가량 저렴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위치 선정부터 원전 사고 이후의 은폐와 나날이 쌓이는 핵 폐수 처리 과정까지, 모든 게 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 이뤄진 일이었다. 납득할 수 없지만, 백번 양보해서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랬다고 치자. 미국 역시 자국의 동북아시아 패권 유지를 위해 후쿠시마 핵 폐수 투기에 지지를 표명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른 걸 내주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어떨까?

 

외교는 상호호혜(Reciprocity), 다시 말해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다. 하나를 내주더라도 얻는 것이 없다면 이건 외교라고 할 수 없다. 후쿠시마 핵 폐수 투기 문제를 비롯하여 저자세로 일관하는 대일 외교를 보면서 누군가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매국 정권”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매국(賣國)이라면 팔아넘긴 것에 대해 무슨 대가를 받아야 할 텐데 정부와 여당은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 지지층 가운데 46%가 후쿠시마 핵 폐수 방류에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도무지 요지부동이다. 대통령실 예산을 들여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이라는 홍보영상을 만들고, R&D 예산을 삭감하는 가운데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에 7천억 원 이상을 편성했다. 우리 정부가 하청이라도 받은 것처럼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모습은 무척 생경하기 그지없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곧 열리는 런던협약․의정서 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핵 폐수 투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이의를 제기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핵 폐수 투기 문제가 이대로 흘러가도 좋은지 각자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일본 정부에 직접 변화를 촉구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전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에 핵 폐수를 투기해도 뒷짐 지고 지지를 표명하는 정부를 그냥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 미래는 고사하고 당장 우리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이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Written by 김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