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그대로 나아가세요. 쭉.

2022년 9월 30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또다시! 이직을 하고, 흔히들 ‘좆소’라고 부르는 중소기업에서 한 달을 버틴 날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문제 없는 기업 없고, 단점 없는 회사 없다지만 여기는 일한 지 한 달이 되도록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고 있다. 이 번 회사는 IT 계열 회사로, 광고 마케터들을 위한 SAAS형 데이터 리포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무슨 소리냐고? 나도 모르는 소리를 배우고, 늘어놓아야 한다는 소리다.

처음 합격 통보를 받고서는, 뭔가 찜찜하지만 막상 갈 곳도 없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에 뛰어들어서 내가 성장한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 대뜸 OK를 했다. 막상 다녀보니 ‘수평적’이라면서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숨이 턱턱 막히고, 안내 받은 적 없은 ‘수습 급여 80%’에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분명 처우 협의 시 들은 금액과 다른 금액이 입금되어 당황해서 확인해보니 수습이라 3개월 간 급여의 80%만 지급한단다. 사실 이런 일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꼼꼼하게 설명하고 눈으로 확인했다면 감정소모가 덜 했을 일이다. 그게 맞는 것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나는 이제 마음의 기운이 한 풀 꺾인 것인지, 싸우기도 지친다. 예전같으면 대차게 대표와 면담을 신청하거나, 상사에게 이 건 아니지 않냐 따져 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내 스펙으로 갈 곳은 없고, 여기서마저 또! 이직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왕이면 단 1년이라도 조용히 지내보자는 마음에 그냥 넘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냥 넘긴다고 해서 넘어가질 마음이 아니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의 중고 신입은 낯선 업무에 좌충우돌하면서 나도 모르는 새에 마음이 긴장을 했는지 그만 번아웃이 도지고 만 것이다. 내향인이 낯선 환경, 낯선 사람에 적응하는 것도 벅찼을 텐데 낯선 일까지 떠맡느라 참 고생이 많다.

착잡하고 우울함, 이 스펙으로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없다는 답답함과 좌절감, 이 나이 먹도록 초봉 수준의 임금을 겨우 웃도는 월급과 미래가 나아지기는 할까라는 의문. 이런 어두운 마음들이 요즘 필자를 지배한다고 하겠다. 그 상황 속에서 다시금 마음 속에서 툭, 하고 오랜 꿈이 고개를 치켜든다.

필자는 원래 어린시절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 대신 법적으로 싸우는 일을 한다면 나는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를 많이, 잘 해야 한다는 큰 장벽에 가로막혀서 일찍이 꿈을 접었다. 그 뒤엔 삶이 자연스럽게 작가라는 꿈을 꾸게 했다. 어느 누구도 ‘니가 작가를?’이라고 이야기 한 사람은 없었다. 조용하고 내향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작가라는 꿈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뭄에 콩 나듯 받아왔던 글쓰기 상장들도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을 입증해주었다. 심심해서 쓴 이야기를 읽고 사람들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해주었다. 사람 무리에 어울릴 수 있는 순간은 글을 써서 인정받는 순간 뿐이었다. 내가 세상과 맞닿는 순간은 오직 글을 쓸 때 뿐이었다. 상처받고 힘든 일을 종이에 털어냈을 때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지금처럼. 그래서 나는 글쓰기에 깃든 치유의 힘을 믿는다. 적어도 나에게 글쓰기는 치유였고, 회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힘든 순간이 닥칠 때면 감히, 작가라는 꿈에 도전하라는 목소리가 마음을 뒤흔든다.

사실 이렇게 슬픈 생각이 나를 휘감기 전부터 나는 좋을 때에도 글을 쓰고 싶었다. 혹시나 시, 도에서 하는 문화 강좌 중에 (맞다. 이제 서울 시민이 아니다) 시 쓰기 수업이 있는지 찾기 일쑤였고, 혹 성인 대상 글쓰기 교실을 여는 곳은 없는지 서칭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주말에 글쓰기 강의를 들을 때면 마치 햇살이 좋은 날 뻥 뚫린 시골 길을 달리는 것처럼 설레고 행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좀먹는 일이다. 그럼에도 시도를 해볼까, 조금씩 마음이 기우는 요즘이다. 사실 다시 글을 쓰려는 시도야 여러 번 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마음먹고 글을 완성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더 저어된다. 이번에도 실패할까봐. 착잡하고 술렁이는 마음에 ‘그냥 조용히 회사를 다닐지, 글쓰기 공부를 해볼지’를 두고 양자택일 타로점을 봐보았다.

아래와 같은 답이 나왔다.

저 많은 카드들을 다 설명 할 재간은 없다. 오늘은 저 카드들 중 왼쪽 가운데, ‘전차’카드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한다.

메이저 7번, 전차 카드는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내면의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 페르소나와 참된 나의 조화이기도 하다. ‘진행해도 좋다’, ‘나아가도 좋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카드이기에 전차에 탄 장군에게서 승리자의 당당함이 보이기도 한다. 이 카드가 공부에 정진하라는 답을 내놓은 순간 마음이 놓였다. 힘들 게 예상되지만, 그래도 괜찮겠구나. 내 마음은 이미 갑옷을 단단히 입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구나.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 선택에 기로에 선 사람이 있다면, 그러나 어려울 게 뻔해서 접어버린 꿈이 있다면 그래도 괜찮으니 앞으로 나아가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이미 내 마음은 그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준비를 단단히 마쳤다. 그러니 결과가 아닌 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집중하고, 그대로 밀고 나아가라. 당신에겐 충분한 에너지가 있다.

 

 

Written by 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