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먹어요

*도서 「생명을 먹어요」의 서평입니다. (우치다 미치코, 김숙 역, 생명을 먹어요, 만만한책방, 2022)

 

생명을 먹어요는 그림책이다. 적어도 분량만을 보자면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짧은 내용에 담고 있는 주제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일본 작가에 의해 쓰인 이 그림책은 먹는다는 것이 생명을 빼앗는 것이라 말한다. 혹 일본 문학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아이와 아버지가 육류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떤 감정과 사건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미 선입견을 품으실 분들을 위해 육류 소비를 장려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자 한다. 일순 책의 제목까지 더해 여기까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실지도 모르지만, 이 이야기는 생명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다. 물론 그림책이다 보니 식량 소비의 기업형태의 비윤리적인 모습이라던가 구조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하나의 현상을 통해 그 모든 것을 유추할 수 있도록 여운을 남기는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생산과 유통이 고도로 발달하기 이전에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좀 더 수고로움을 동반하는 일이었다. 오늘날―물론 돈이 있어야 하지만―쉬운 소비와 영양의 과잉은 그만큼 쉽게 쉽게 먹을 것을 접하고 또 대수롭지 않게 낭비하도록 한다.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먹을 것을 남기면 안 된다’, ‘농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밥은 하늘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큰 기억이 있다. 아마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가지며 커왔을 것이다. 가난한 시절에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것도 있겠고, 누군가의 노동과 정성을 통해 먹거리가 밥상까지 오는 것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기 위해 살아있는 것을 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먹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함부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처럼 더 간편하고, 쉽게 소비하는 세상에서는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저마다 윤리적 소비와 밥상을 위해 많은 실천이 있겠지만, 오늘 하루는 생명을 먹을 때 잘 먹겠다며 고마운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Written by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