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 부처

413 총선이 그 장대한 막을 내렸다. 다른 어느 선거보다 다사다난하고 회자될 이야기가 많은 선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중에 단연 백미는 더불어민주당의 1석 차이 원내1당이란 결과가 아닐까 한다. 물론 무소속 당선자 중 새누리당 탈당파가 다시 복귀한다면 이는 언제든 바뀌겠지만 중요한 건 투표로 판가름 난 결과일테니 말이다. 어제 출구조사 이후 여기저기서 이변이 예상된다는 기사들이 속출했고, 또한 개표가 진행되는 중에 그 이변은 여지없이 사실로 들어났다. 당장 본단에서 진행했던 선택2016! 우리동네 정치이야기 집담회에서도 새누리당의 과반을 조심스럽게 우려했었고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경계와 공포로 다가온 듯 했다. 물론 그 이후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이 폭발한 옥새투쟁이 있었고, 더불어민주당의 이러다 큰일 난다는 인질극의 성공과 국민의당에 의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의 이탈 등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사후적으로 이러한 진단들을 내놓고 있으므로 거기에 편승할 의향도 능력도 없기에 이런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평범한 다른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진보정당들이 얼마나 새누리당의 공세 속에서 선전할까하는 것이었다. 물론 위에서 계속해서 언급하고 우리가 이미 모두 알고 있듯이 새누리당에 의한 적화된 남조선은 없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출구조사 결과 중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바로 기독자유당이다. 기독자유당은 선거에 앞서 온갖 혐오적인 선거플랑과 선전으로 본단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정당임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정당이 출고조사에서 비례 2석을 얻을지 모른다는 예상이 있었고, 새누리당이 전국적으로 예상외의 붕괴(?)를 직면한 시점에서 나의 관심은 진보정당의 선전이 아닌 기독자유당의 3% 여부에 초점이 모아졌다. 물론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서 비례개표현황을 확인한 순간, 비례득표 3%의 벽을 넘어서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그 동안 절감해온 입장에서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비례개표 50%가 넘어간 시점에서 2.6%정도를 득표한 그들이 이번 선거에서 죽었다 깨어나도 3%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에서 더 이상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을 위시한 그들 세력을 마냥 조약하게 보기에는 다음선거가 두려워졌다. 다음 선거에서 역습의 한기총을 막아내기 위해 이러한 혐오세력들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큰 숙제라 하겠다.

 

기독자유당의 대공세에 비해 군소진보정당들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나았다. 물론 마냥 대안조차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선택을 되지 않았다기보다는,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새누리당의 과반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공포감이 군소진보정당에 표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겠냐고 감히 조심스럽게 위로해 본다. 이들 군소진보정당―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의 결과에서 두 가지에 놀라게 되었다. 하나는 녹색당이 1%를 넘지 못한 것이었고, 통합진보당의 재림이 아니냐는 경계를 받는 민중연합당이 생각보다 조직세가 대단하지 않았던 것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그런 이유로 SNS에 내상을 입은 녹색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후자의 경우 민중연합당의 비례득표가 녹색당의 비례득표보다 낮았기에‘경기동부’로 상징되던 어떤 걱정들은 기우였거나 거론의 대상이 아직은 되지 못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점에서 군소진보정당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에는 그 능력이 너무나 졸렬하기에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를 맡기고자 한다. 단지 하나의 조언이라면 조언을 하고 싶다. 흔히 선거가 끝나고 군소진보정당 지지자들이 입는 내상을 조급증에서 찾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만큼 간절했을 것이기에 실망감이 더할 테니 말이다. 너희가 진짜 될 줄 알았냐는 조롱도 무익하므로 역시 가당치 않다. 다만 세상의 진리가 SNS에만 있지 않음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지지자들이 모여서 지지자들의 발언을 서로 호응하는 관계에서 일반의 정서를 역시 그러하다고 어느 순간 믿어지게 되는 그 신기루는 선거결과에 대해 크나큰 내상으로 다가 올 것이다. 그러기에 지지자들 간의 강고한 연대를 확인하는 SNS에 비해 일반의 정서가 외면으로 오는 것을 너무 실망하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확인했다고 인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정신승리를 외치거나 모든 것을 승리적으로 환원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번 1석차 선거결과에서 목도했듯이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다들 체감하지 않았는가?

나는 지면을 통해 우리가 직면했던 어떤 오만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는‘새누리당이 압승을 할 것이다’는 인식에 대해서이다. 그저‘신앙’처럼‘더불어민주당은 반드시 승리한다’라고 단언했던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대다수는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허면 왜 이런 점이 오만인가라고 되물을 것이다. 굳이 운동권 스타일로 민중의 힘을 믿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결국 대중들은 이래도 새누리당을 찍어줄 것이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자체가 오만함의 발로이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 테러방지법을 위시한 여러 사달들을 참기에는 우리네 사람들의 심성이 그저 곱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하지만 단지 우리가 선민의식을 가지고 오만했다라고 말하기에는 새누리당을 찍지 않은 사람들은 정의로운 선택을 한 것인지는 되물어야 할 것이다. 정의로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 수 있겠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 정의란 약자의 진실에 눈 돌리지 않는 것이라고 상정하고 계속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최악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고 말한다면‘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민이 이번 20대 총선의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 외에도 흥미로운 지점들을 많이 안겨주었다. 우선 선거단일화라는 측면을 주목해보고자 한다. 여러 신문들은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걱정한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몰표를 주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물론 단일화했다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은수미 의원 등의 사례도 있겠지만 이미 사후약방문 격이니 거론의 여지는 크게 없으리라. 다만 단일화를 택하지 않아도 우리가 새누리당보다 선전했다고 받아들일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또 다른 한 가지를 이야기 하자면 이 지점은 좀 시니컬할 수 있겠다.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피상적으로 이야기했을 때 단지 덜 사악한 자를 지지하는 것을 주인 됨이라 단언할 수 있는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총선승리를 유권자들이 선물하는 것이 약자의 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은 결과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찍는 것을 감히 깨어있는 국민의식의 상징이라 나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지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절대적 선거 프레임인 인질극이 이번 경우에는 대승을 거둔 것이 아닌가 하고 감히 말해본다. 혹자의 말처럼 아직은 손가락을 잘라내고 싶은 심정으로 보수정당에 투표한 적이 없기에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단지 네티즌들의 댓글처럼‘더불어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이 싫어서 찍어준거야 그러니까 잘해’라고 말하는 건 너무나 순진한 것이 아닐지 감히 조심스럽게 자문해 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고금의 진리가 이번에도 감히 참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과연 기우일까? 본인들이 다수당일 때 국가보안법 하나 없애지 못한 정당에게 너무 큰 기대들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해본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장담하던 4·13 총선은 한 석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의 원내1당이라는 결과로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승리를 위해 우클릭을 단행했고 그것이 공포에 대한 대안이든, 인질극의 승리든, 정의로운 국민의 탓이든 대다수의 유권자는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호남보다 영남에서 표를 더 많이 받은 더불어민주당이란 제목으로 지역주의가 타파된 선거였다는 기사도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전북, 전남, 광주에서의 국민의당의 대약진과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도 참으로 눈여겨 볼만 했으며, 간철수라고 조롱하던 안철수를 마냥 호락호락한 인물임이 아님을 좌우지간 결과로 보여준 선거이기도 했다. 또한 본단의 좌담회가 저주를 걸지 않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선거이기도 했다. 군소진보정당들은 선거 후‘힘냅시다’와‘비통함’을 함께하고 있으며, 기독자유당이라는 독버섯이 본격적으로 피어오르는 전초가 된 선거이기도 했다. 혹자는 선거 개표방송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비단 방송사“약쟁이”들 때문이 아닌 선거 결과가 예상과 완전히 달라지고 그 박빙의 결과들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예상이 새누리당의 압승 분위기였으므로 더불어민주당의 우세를‘자이언트 킬링’에 비유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지 않을까한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는 인식이 강하더라도 국민의 목소리가 이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느끼는 선거가 21세기에 또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매우 자명하다.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말이다. 과연‘우리가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했어요’라고 이야기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세월호를 비롯한 노동법 등의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겠다. 선택이 우리의 몫이라면 책임도 우리의 몫이니까 말이다.하지만 감히 말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 놈의 부정선거 이야기다.‘새누리당의 승리=부정선거’,‘민주당의 승리=참된 국민의 승리’라는 도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새누리당의 근간을 이루고 지금까지의 미친 패악질을 자행하는 많은 이들이 독재정권 때 그토록 날리던 위인들이며, 작금의 행태들을 보면 경계해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그런 혐의를 받기에는 과거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마냥 주홍글씨로 낙인찍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석 차이의 선거결과와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현실에서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로 규정하는 시점에서 그 동안 인터넷을 횡횡하던 그 많은 부정선거 의혹들은 소리 소문 없이 그 모습을 감추었다. 물론 선거결과가 발표된 지 하루도 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비판이 가혹할지 모르겠지만 잘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남 탓을 하는 건 좀 졸렬하지 않은가 한다. 물론 그런 새누리당의 꼼수에도 우리는 굳건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면야 그것까지 뭐라 할 의향은 없지만 이래저래 아무리 봐도 치사하단 생각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이번 선거결과를 투표자들이 바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면,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왜 인지하지 않을까? 새누리당에 대해서 여전히 경계는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괴물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Written by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