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바보야

                                                             메이저카드 0번 바보

이번 달에 살펴볼 카드는 메이저 카드 0번 바보 카드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바보라는 단어가 아래와 같이 정의돼 있습니다.

 

  1.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2.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못난 사람을 욕하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

 

사전에서도 정의되었듯 보통 바보라는 말은 낮잡아 이르는 말이나 욕설로 쓰이곤 합니다. 위에 정의된 의미 외에도 바보라는 단어 속에는 시야가 좁다거나,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든가 하는 등의 의미가 있죠. 물론 딸바보, ‘너는 나밖에 모르는 바보야!’ 등 무언가 하나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이를 때 반어법으로 바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로카드에서의 바보는 위와 같은 의미보다는 보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순수하고 열정 어린 시작, 엄청난 잠재력, 영적/물적 측면 모두에서의 무한한 가능성과 순수함, 무모하지만 자유로움, 위기 속에서도 자신을 빛낼 줄 아는 특성, 탁월한 예술성, 초연함 등등.

 

최근 쇼미더머니 10이 방영을 시작한 가운데 주목받는 출연자 중 한 명이 바로 쿤타입니다. 사실 쿤타는 레게 싱어로서 유명했던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하의 곡으로 알고 있는 ‘Rosa’라는 곡도 쿤타의 곡이었고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3에서는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레게 싱어 중 한 명입니다.

팟캐스트라는 것이 유행하기 이전 윈앰프 라이브와 함께 mp3 파일로 제공됐던 ㅇㅇ라디오 형식의 토크쇼 중에서 제가 참 좋아했던 것 중 하나가 힙합플레이야에서 서비스됐던 힙플라디오였습니다. (현재는 동일한 이름으로 부활하여 유튜브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이영지가 진행 중) 힙플라디오에서 화끈한 입담, 저질스러운 농담 등으로 유명했던 코너가 아이삭 스쿼브의 매콤한 라디오였는데(매콤한 라디오는 현재 벅스에서 서비스 중) 이 매콤한 라디오에 종종 출연했던 게스트가 쿤타였습니다. 아이삭 스쿼브가 활동했던 트레스패스라는 그룹과 쿤타가 활동했던 집시의 탬버린이라는 그룹이 가라사대라는 크루에 속해있었기에 서로가 그만큼 친했던 탓이었죠.

이 라디오에서 늘 바보라는 놀림감이 되던 쪽이 쿤타였습니다. 현무라는 래퍼, TKO라는 비트박서와 함께 (현무와 TKO는 트래스패스의 멤버) 한국힙합 3대 바보라며 놀림을 당할 때도 쿤타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허허허 웃으며 실없는 말들을 하곤 했었죠.

 

이런 쿤타가 예전에 랩을 잠시 했던 적이 있었지만, 레게 싱어로 활동했던 기간이 훨씬 길었던 터라 처음에 쇼미더머니에 나온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예전 세대 래퍼들의 성적이 어땠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Let me do it again…’ 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원선을 비롯한, 이번 시즌에는 영상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전해지는 허인창, Young GM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Bizniz, 소울컴퍼니 출신으로 유명했던 크루셜스타와 키비, 이번 시즌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얀키 등등.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주비 트레인과 쇼미6 결승 진출자와 맞붙어 애석하게 탈락한 이그니토를 제외하면 인기를 꾸준히 이어오지 못하다가 쇼미에 출연한 이전 세대 래퍼들이 어떤 식으로 편집되고 소비됐는지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고 그걸 보면서 제 추억이 깨져갔던 순간들로 인해 가슴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사실 쿤타가 활동했던 2006년~2007년은 제가 힙합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기도 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대책 없이 살았던, 그리고 제일 재미있었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이 당시 펌프라는 게임에 빠져서 허구헌 날 오락실에서 춤 연습을 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대회도 나가고 제작사가 주최하는 이벤트에서 공연도 많이 하고 홍대의 클럽에 힙합공연들을 보러 다니고 (이 때 쿤타를 실물로 본 적이 있었습니다) 신촌 칵테일 바에 오픈할 때 들어가서 마감할 때 나와 신촌 공원의 바닥을 기어 다니기도 했던, 정말 내일 없이 놀았던 시절이 그때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쿤타가 안 좋은 모습으로 쇼미에서 탈락한다면 그 시절 저의 추억도 깨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을 것입니다.

 

이런 저의 우려를 깨고 쿤타는 정말 잘 했습니다. 불구덩이로 유명한 쇼미더머니 2차 예선에서는 그만큼 래퍼들이 절박해져서 좋은 무대가 많이 나오는 편이죠. 쿤타는 이번 2차 예선에서 큰 감동을 주며 그야말로 찢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무대 이후 발언에서 보여준 ‘바보’같은 모습들이 2차 예선의 감동을 깨지게 했습니다. 프로듀서들도 ‘쿤타씨가 말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고 이전에 둘도 없이 친한 사이였던 염따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헛소리 좀 제발 하지 말라’며 욕설과 함께 일갈했습니다. (그 후 쿤타를 위해 많은 조언을 했는데 이 부분은 방송에서 편집됐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이미 쿤타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았던 터라 저런 발언으로 이미지가 깎이지 않았으면 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이후 쿤타는 3차 예선에서 프로듀서들이 지적했던 ‘바보 같은 모습’을 최대한 빼고 나왔습니다. 3차 예선에서도 엄청난 랩과 언오피셜보이와의 찰떡궁합을 보여주며 무난히 3차 예선을 통과했는데요. 여전히 랩은 잘했지만 토크를 할 땐 말수가 줄어든 모습을 보며 프로듀서들은 말수를 줄이니 얼마나 좋아요라고 칭찬했지만 제가 보기엔 기가 죽은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쿤타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쿤타가 바보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바보의 모습을 보며

‘그런 모습은 모자란 모습이야. 그러니까 그런 모습 보이지 마’라고 바보를 주눅 들게 합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바보 카드는 나 바보야! 이게 어때서! 라고 얘기합니다.

 

바보이기에 자신감이 넘치고, 바보이기에 앞날에 대한 걱정이 없고, 바보이기에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 순수함을 가지고 있고, 바보이기에 나대로, 그리고 나답게 살 수 있습니다.

 

쿤타에게 그 바보 같은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의 음악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염따는 쿤타가 바보같이 살았기에 더 일찍 볼 수 있었던 빛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바보같이 살았기에 지금의 쿤타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쿤타의 팬으로서 마지막으로 쿤타에게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쿤타씨 기죽지 마. 그냥 바보같이 살아. 당신처럼 살아!’

 

 

Written by 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