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대만여행

I. 첫 번째, 무작정 예약하기!

 

스마트한 여행자의 스마트폰 활용방법.

 

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여행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쯤 되면 여행 다니는 게 제 일인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농담입니다. 아직 멀었죠. 자, 이번에는 대만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저에게 대만은 우선순위에 있던 여행지는 아니었습니다. 중화권 국가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죠. 하지만 앞서 먼저 대만을 다녀오신 부모님 덕분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대만은 깨끗하고, 건강하고, 편리했다고 합니다. ‘중국’이라는 국가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단어와는 많이 다르죠? 부끄럽지만, 저는 그 때 까지도 대만과 중국이 전혀 다른 국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대만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갑자기요.

‘갑자기’ 여행가보신 적 있으세요? 물론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여야 하는 일상에서 즉흥적으로 여행을 결정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저번 일본여행으로 첫발을 딛고 나니 다음 여행을 결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해외여행이라는 것은 오랜 계획과 기다림을 조금 필요로 합니다. 이것이 해외여행을 많이 망설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당장 앞에 닥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떠날 수 있을지, 돈을 모을 수 있을지 등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면 결국 떠나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지게 되죠. 그랬던 제가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는 바로 ‘무작정 예약’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을 것을 믿고, 떠나기 좋은 날짜에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요즘은 항공사별 이벤트와 저렴한 티켓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기 때문에 편리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플레이 윙즈’라는 항공사 특가 정보 어플을 애용합니다. 휴대폰은 시시 때때로 나도 모르게 찾게 되죠? 그럴 때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듯 플레이윙즈를 보며 괜찮은 항공권이 있나 뒤져봅니다. 따로 시간을 내야하는 부담도 없고, 그 결과 왕복 15만원 안팎의 아주 저렴한 티켓을 구했으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요!(하하) 그렇게. 우선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예약합니다. 일단 티켓을 예약하고 나면 ‘와 정말 내가 여행을 가는 건가’하는 설렘이 찾아옵니다. 그 설렘을 활용해 일정부터 숙소까지 바로 계획을 짜도 좋고, 잠시 밀어두어도 좋습니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 나면 ‘여행을 떠난다.’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숙소를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숙박예약 어플(호텔스닷컴, 에어비엔비 등등.)을, 일정은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모든 것을 손바닥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요!

 

Ⅱ. 두 번째, 무작정 뚜벅뚜벅.

 

#단수이 #빠리 #대왕카스테라

 

대만 타이베이는 초보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이용한 비행기는 김포에서 대만 송산공항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대만도 한국처럼 타이베이 외곽에 큰 국제공항과 시내 근처에 작은 공항이 있습니다. 송산공항은 작은 공항인데, 공항에서 대만의 전철인 MRT를 타면 단 20분 만에 대만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시먼딩’으로 갈 수 있습니다. 시내의 대명사인 ‘차 없는 거리’에 다양한 숙박시설도 있기 때문에 여행객 숙소로는 명당인 곳입니다. 타이베이가 뚜벅이 여행객에게 좋은 점은 숙소를 옮기지 않아도 대중교통만으로 타이베이 중심 관광지와 근처 외곽의 관광지를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어디를 가도 1시간 안팎!

첫 날은 오후에 대만에 도착하여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단수이’를 둘러봤습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아시나요? 단수이는 그 영화의 촬영지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시장에서 맛있는 것을 사들고 단수이강을 바라보며 걸으면 확실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과 느낌이 펼쳐집니다. 빡빡하게 줄지어진 콘크리트 건물이 없어 강 건너 동네도 훤히 볼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걸으며 먹을 수 있는 것. 한국에서는 남의 시선 때문에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대만은 당연한 문화여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단수이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대왕 카스테라’는 당연 최고였습니다. 22년을 살면서 먹어본 카스테라는 전부 진짜 카스테라가 아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 ‘빠리’라는 동네를 구경할 수도 있고 사랑의 다리로 불리는 워런마터우도 밤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두 곳 모두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렇게 단수이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다시 MRT를 타기위해 역으로 갔는데요. 그 곳에서 스시 테이크아웃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스시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포장해 갈 수 있는 가게인데요. 스시 테이크아웃은 저의 대만여행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매일 밤마다 스시를 먹을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지 않나요?

 

Ⅲ. 세 번째, 무작정 온천 찾기.

 

#신베이터우 #지열곡 #온천박물관

 

지열곡을 구경한 후에는 주변에 수많은 온천장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온천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노천탕부터 대중탕, 개인실 등 종류와 가격차이가 다양합니다. 작은 호텔은 개인실의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저도 엄마와 오붓하게 개인실에서 온천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만은 한국과는 다르게 문을 열면 바로 목욕탕이 나옵니다. 옷을 갈아입을 공간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벽에 선반이 있을 뿐입니다. 생소한 문화에 잠시 충격에 빠졌었죠(…)대만은 날씨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무조건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 보다는 날씨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대만은 굉장히 덥기 때문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온천에 다녀왔습니다. 신베이터우는 뜨거운 온천물이 흐르는 지열곡으로 유명한 온천마을입니다. 언덕길을 조금 오르다보면 일제식민지 시절 지어진 대중온천탕을 개조한 온천박물관을 무료로 둘러볼 수 있고 이곳저곳 대만의 색이 짙은 작은 공원들이 꾸며져 있어 쉬어가기도 좋습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다보면 지열곡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게 되고, 그때부터 따뜻한 공기 속에서 온천수냄새를 맡으며 계곡을 따라 걷게 됩니다. 어느 순간 커다랗고 뜨거운 김이 산을 감싸며 오르는 관경이 펼쳐지는데, 마치 동화 속 산신령이 등장할 것만 같은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지열곡입니다. 매우 뜨겁기 때문에 물에 닿을 수는 없지만 굉장히 신비로운 곳입니다.

 

Ⅳ. 네 번째, 무작정 관광지 둘러보기.

 

#예진지라인 #핑시라인 #타이베이 외곽

 

타이베이 관광에는 1시간에서 2시간 사이로 다녀올 수 있는 타이베이 외곽 코스도 유명합니다. 시외버스나 택시투어를 이용한 예진지라인과 기차를 이용한 핑시라인(허우통, 스펀, 핑시 등)으로 나뉩니다.

타이베이 외곽은 일제식민지의 흔적, 특히 탄광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대만의 탄광을 개발하여 금을 얻었던 일본은 채굴에 쓰였던 기계들을 그대로 버려두고 떠났고 커다란 쇠 덩어리들을 처리할 수 없어 방치해 둔 것이 지금도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진과스입니다. 일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곳곳에 일본식 집과 앞서 말한 커다란 채굴기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상상이상으로 거대해서 왜 처리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 관광 상품인 광부 도시락도 먹었는데, 맛은 없습니다.(^^)자연의 작품인 예류공원과 폐광인 진과스를 본 후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지로 유명한 지우펀에서 야경을 본 후 타이베이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은 기차를 타고 종점인 핑시에서 세, 네 정거장 전인 허우통을 먼저 구경했습니다. 탄광이 문을 닫은 후 거의 죽은 마을이 되었던 허우통은 주민들이 길고양이를 돌보게 되면서 다시 활력을 찾았다고 합니다.

고양이 마을답게 마을 여기저기에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고양이 용품들이 있습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괴롭힘 받은 적이 없는 듯 경계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받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 보였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의 즐거움을 위해 고양이를 상품화 한 모습이 아닌, 정말 고양이가 주민인 마을에 손님으로 방문한 느낌이었습니다. 허우통은 단순히 고양이가 많은 마을이 아닌, 정말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우통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핑시로 갔습니다. 천등은 ‘스펀’이 더 유명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작지만 한적한 핑시에서 천등을 날리기로 했습니다. 대만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코스 중 하나인 만큼 누구나 하는 천등 날리기 이지만 엄마와 함께 소원을 적어 날리니 저도 모르게 울컥해 뜻밖에 인상 깊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대만여행은 저번 일본여행과는 다르게 오랜 계획을 거쳐 떠났던 여행이 아니라 사전조사는 부족했습니다. 다녀온 지금도 ‘무엇을’봤는지는 기억나지만 그곳이 ‘어떤 이야기’를 가진 곳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처음’을 느끼는 만큼 현장에서 생생한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대만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여행지이며 저에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사람이 삶을 배울 수 있는 것 중 한 가지가 여행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항상 이 말을 떠올리며 여행을 다니는데, 대만은 이런 저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아주는 곳이었습니다.

 

 

Written by 백하은